
노동
A공사가 직원들의 파업을 절차상 위법하다고 보아 징계했고 이에 대한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해당 파업이 절차상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판단하여 A공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항소도 기각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조정절차를 거치기 전에 이루어진 경우에도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A공사 소속 노동조합(M)은 2013년 임금협상과 기타 현안사항을 요구하며 교섭을 진행했으나, 견해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고, 조정절차 중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후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A공사는 이 파업이 절차상 위법하다고 보아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참가인들)을 징계했고, 이에 대해 직원들은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여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징계로 인정하는 재심판정을 받았습니다. A공사는 이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노동조합이 조정절차를 거치기 전에 쟁의행위(파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것이 법적으로 정당한지, 그리고 기존 임금협상 외에 새로운 쟁의사항이 추가된 경우 별도의 조정신청과 찬반투표가 필요한지 여부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A공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 판결과 같이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A공사가 직원들에게 내린 징계는 부당한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조정절차 이전에 이루어졌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으며, 조정절차를 잠탈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절차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A공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근로자의 단결권과 노동조합의 자주성, 그리고 쟁의행위의 절차적 정당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헌법 제33조 제1항 (단결권 보장):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근로자와 근로자단체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조합이 조직형태, 내부 운영 및 대외적 활동과 관련하여 외부의 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할 권리를 보호하며, 국가도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대한 개입을 자제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조합원의 과반수가 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파업에 찬성한 경우 그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5조 제2항 (조정전치주의): 노동조합법 제45조 제2항은 '쟁의행위는 법에 의한 사전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조정전치주의'라고 하며, 노동쟁의가 발생했을 때 바로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전에 노동위원회 등을 통한 조정 절차를 거쳐 자주적인 해결을 시도할 기회를 주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조정절차를 거친 후에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며, 찬반투표의 시기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법리 해석: 법원은 노동조합법에 명시되지 않은 '조정절차를 종료한 후에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할 것'이라는 요건을 자의적으로 추출하여 찬반투표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정전치주의의 취지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며, 쟁의행위 개시 이후에도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조정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므로, 찬반투표 실시 시기를 반드시 조정절차 종료 후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특히, 노사 양측의 견해차로 조정안 자체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정절차 후 찬반투표를 해야 한다는 대법원 기존 판례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례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파업) 시 찬반투표 시기와 관련하여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찬반투표 시기의 유연성: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조정절차를 거친 후에 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조정절차 이전에 찬반투표를 실시했더라도 이것만으로 파업의 정당성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태도나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자주적으로 투표 시기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자주권 존중: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단결권과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파업 찬성이 확인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조정전치주의의 목적: 노동조합법 제45조 제2항의 조정전치 규정은 쟁의행위 발생을 회피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조정 기간 중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찬반투표를 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습니다.
쟁의사항의 연속성: 기존의 근로조건에 관한 쟁의상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쟁의사항이 추가되었더라도, 주된 목적이 기존 쟁의사항과 연결된다면 별도의 조정신청 및 찬반투표를 다시 거치지 않아도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조정안 제시 여부: 조정절차에서 노사 양측의 견해차가 너무 커 조정안 자체가 제시되지 않은 경우, 조정절차 후 찬반투표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할 조정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