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중 태아 심박동 이상에 따른 신생아 뇌손상 분쟁

원고인 아기(A)와 그의 아버지(B)는 출산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아기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강직성 사지마비 뇌성마비를 겪게 되었다며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들은 의료진이 태아곤란증 진단을 지연하고, 분만 중 경과 관찰 및 처치를 소홀히 했으며, 부적절한 분만 방법(흡입분만)을 선택하고 시행하여 태아의 저산소증을 악화시켰고, 이와 관련한 설명 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진료기록 및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에게 진단 지연이나 경과 관찰 소홀, 분만 방법 선택 및 시행 과정에서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흡입분만은 중대한 위험 발생 개연성이 높은 의료행위로 보기 어려워 설명 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출산 과정에서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강직성 사지마비 뇌성마비를 겪게 된 아기(원고 A)와 그의 아버지(원고 B).
• 피고들: 원고 A의 분만을 담당했던 주치의(피고 E)를 포함한 의료진(피고 D) 및 해당 병원.

분쟁 상황

산모(C)는 2013년 1월 10일 피고 병원에서 분만 중 태아(A)에게 '만기 태아심박동 감소' 및 '다양성 태아심박동 감소' 등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는 이상 소견이 나타났습니다. 의료진은 옥시토신 투여를 계속하면서 흡입분만을 시도했고, 흡입분만이 실패하자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아기를 분만했습니다. 아기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강직성 사지마비성 뇌성마비를 진단받았습니다. 이에 아기(A)와 그의 아버지(B)는 의료진의 과실(진단 지연, 경과 관찰 및 처치 소홀, 분만 방법 선택 및 시행상 과실, 설명 의무 위반)로 인해 아기가 뇌 손상을 입었다며 피고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진이 분만 중 발생한 '태아 스트레스' 또는 '태아 곤란증' 상태를 제때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2. 분만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에 대한 경과 관찰 및 처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3. 분만 방법(흡입분만 또는 제왕절개) 선택 및 흡입분만 시행 과정에서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4. 의료진이 분만 관련 위험성 및 대체 방법에 대해 산모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5. 위의 과실들이 아기의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거나, 과실이 있더라도 아기의 뇌손상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론

법원은 의료진이 태아 심박동 이상 소견을 인식하고 주치의에게 보고하는 등 적절히 대응했고, 분만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옥시토신 투여를 지속하며 경과를 관찰한 것이 당시 의료 수준에서 벗어난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흡입분만 선택과 시행 과정에서도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아기의 뇌손상 원인이 태반 이상과 같은 다른 복합적 요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흡입분만이 중대한 위험 발생 개연성이 높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설명 의무가 폭넓게 인정되지 않으며, 설사 설명이 부족했더라도 아기의 뇌손상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과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입각하여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됩니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등).
2. 분만 방법 선택의 재량: 제왕절개술과 같은 분만 방법의 선택은 의학상 시인될 수 없을 정도로 불합리하지 않은 한 원칙적으로 담당 의사의 재량에 속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법원은 의학적 판단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의사의 결정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다31363 판결 등).
3. 설명의무 위반의 범위와 인과관계: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거나 중대한 결과가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설명하여 환자가 의료행위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가 선택의 기회를 상실한 경우 위자료 등을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다62505 판결 참조). 다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중대한 결과에 대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려면, 그 결과와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로 중대한 것이어야 합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참조). 자연분만 중 흡입분만과 같이 통상적인 보조적 분만 수단에 대해서는 중대한 결과 발생 개연성이 낮아 설명 의무가 폭넓게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분만 중 태아 심박동 모니터링은 매우 중요하지만, '만기 태아심박동 감소'와 같은 이상 소견이 나타나더라도 모든 경우가 즉각적인 응급 제왕절개술을 요하는 '태아 곤란증'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진은 태아의 회복력, 분만 진행 상태, 자궁수축 양상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게 됩니다.
2. 분만 방법(자연분만, 흡입분만, 제왕절개 등)의 선택은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료진의 재량에 속하는 영역이 많습니다. 법원은 의학적으로 명백히 불합리한 선택이 아니라면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 의료 분쟁에서 의료 과실 및 그와 악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진료 기록, 태아 감시 기록, 전문가 감정 결과 등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구체적인 과실 내용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4. 설명 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중대한 위험이 예상되는 의료행위나 대체 치료법이 있는 경우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연분만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는 흡입분만과 같이 통상적인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설명 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설명이 부족했더라도 발생한 악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손해배상이 가능합니다.
5. 태아의 손상은 분만 중 발생한 요인 외에도 태반 이상(예: 태반융모혈관질환)과 같은 산모 또는 태아의 기왕 질환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분만 중 의료진의 특정 행위가 악결과의 유일한 원인임을 입증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