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근무 중 다발성경화증 발병, 산재 인정 판결

원고 A는 2003년 2월부터 2005년 2월까지 B 주식회사 반도체 C사업장에서 카파라인 공정 오퍼레이터로 근무했습니다. 퇴사 한 달 후인 2005년 4월 실신한 뒤 시력저하, 감각저하, 안면마비 등의 증상을 겪다가 2008년 11월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1년 7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2012년 4월 질병의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근무기간이 짧으며 유기용제 노출 정도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재심사 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었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희귀질환이라도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인과관계 증명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의 근무 환경(밀폐된 클린룸, 유기용제 노출 가능성, 교대근무로 인한 자외선 부족 등), 발병 시기, 유사 환경 근무자들의 발병 사례, 그리고 의학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경화증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주식회사 반도체 사업장에서 카파라인 공정 오퍼레이터로 근무했던 여성. 근무 중 다발성경화증을 진단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피고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보상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원고 A의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 B 주식회사: 원고 A가 근무했던 반도체 제조 회사.

분쟁 상황

원고 A는 반도체 공장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하며 유기용제 노출, 교대근무, 자외선 노출 부족 등 여러 환경적 요인에 직면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업무 환경이 퇴사 후 발병한 다발성경화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발병원인의 불명확성과 근무 환경의 연관성 부족을 이유로 요양급여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경화증 발병 사이에 법적으로 인정되는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핵심 쟁점

원고 A가 겪고 있는 다발성경화증 발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즉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경화증 발병 사이에 법적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2012년 4월 12일 원고에게 내린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에 소요된 모든 비용은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희귀질환의 경우에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기 어렵더라도, 근로자의 업무 환경, 건강 상태, 질병 발병 시기 등 제반 사정을 규범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의 근무 환경이 다발성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영향을 미 미쳤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여, 원고의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요양불승인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희귀질환을 앓는 근로자의 보호를 강화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구법): 이 조항은 '업무상 재해'를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의미한다고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다발성경화증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인지 여부, 즉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2.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법리:
   •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 법원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특히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희귀한 질병의 경우, 근로자에게 과도한 의학적 입증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법리입니다.
   • 규범적 관점의 판단 요소: 이러한 규범적 관점에서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자의 업무 전 건강 상태, 구체적인 업무 형태(작업 환경, 유해물질 노출 여부, 근무 강도 등), 질병의 발병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근로자 보호 목적과 사회보험제도의 공적 부조 취지 및 사회형평의 관념 또한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 희귀질환에 대한 적용: 본 판결에서는 다발성경화증과 같이 발병원인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희귀질환이라도, 현재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발병 또는 악화 원인으로 거론되는 요소들이 근로자의 업무 환경에 존재했고, 근로자에게 다른 건강상의 결함이나 유전적 요소가 없었으며, 업무 수행 중 또는 직후에 증상이 나타났다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희귀질환의 업무상 재해 인정 가능성: 발병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희귀질환이라도 의학적·자연과학적 증명이 현재 기술 수준에서 곤란한 경우, 규범적 관점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부정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2. 복합적 요인의 고려: 질병의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 단일 요인으로는 질병을 유발하기에 부족하더라도, 여러 환경적 요인(예: 유기용제 노출, 교대근무, 자외선 노출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질병 발병 또는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3. 근무 환경의 중요성: 밀폐된 작업 공간에서 유해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순환하는 구조, 좁은 공간에 여러 공정 설비가 집약된 업무 형태는 유해물질 노출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여 인과관계 인정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4. 작업환경 측정 결과의 한계: 작업환경 측정 결과가 유해물질 노출이 미약하다고 나오더라도, 해당 측정 시점이 한정적이거나 측정 물질의 종류가 제한적일 경우, 실제 노출 정도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유해물질 노출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5. 간접 증거의 활용: 과거 작업 환경이 폐쇄되어 직접적인 증거 확보가 어려운 경우,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 사후에 이루어진 작업 환경 안전 진단 결과, 가스 누출 감지시스템 경보 내역 등 간접적인 자료들도 유해물질 노출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6. 의학적 소견 및 유사 사례: 여러 의학 전문가들의 소견과 해당 사업장 또는 유사 환경에서 동일 질병이 발병한 다른 근로자들의 사례는 업무와의 연관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7. 개인의 건강 상태 및 발병 시기: 업무 시작 전 다른 건강상의 결함이나 유전적 요인이 없었는지, 그리고 업무 수행 중 또는 퇴사 직후와 같이 질병의 발병 시기가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지도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특히 평균 발병 연령보다 이른 나이에 발병했다면 이 역시 업무 관련성을 추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