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동화기기 담합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사건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에서 가격 및 물량 배분 담합을 이유로 4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자 해당 사업자 중 한 곳인 노틸러스효성 주식회사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기각한 사건입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노틸러스효성 주식회사 (금융자동화기기 제조 및 판매 사업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함)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의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린 기관)
• 기타 관련 사업자들: 3개 금융자동화기기 제조 및 판매 사업자 (원고와 함께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에서 담합 행위에 참여함)

분쟁 상황

금융자동화기기(ATM, CD기) 제조 및 판매 시장은 4개 사업자(원고인 노틸러스효성 주식회사 포함)가 100%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자들은 2003년 7월 23일부터 한국금융자동화기기 산업협의회(ATM협의회)의 사장단 및 실무자 모임을 통해 금융자동화기기의 판매가격을 인상하고 가격경쟁을 제한하기로 기본 합의를 했습니다. 이후 2004년 7월경부터는 수주 물량을 25% 수준으로 배분하고 은행별 담당사를 지정하는 등의 물량 배분 원칙을 합의했으며, 2005년 9월경부터는 신권 개체가격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부당한 공동행위가 2009년 4월경까지 지속되었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판단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담합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보아 2011년 6월 14일 원고를 포함한 사업자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인 노틸러스효성 주식회사는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를 포함한 금융자동화기기 사업자들 사이에 금융자동화기기 판매가격, 신권 개체가격 및 수주 물량 배분에 관한 공동행위(담합)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입니다.
2. 신권 개체가격 합의가 관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개체시장이 독점적이고 일회성이며 경쟁관계가 없었고, 개체가격이 합의와 무관하게 은행과의 개별적 협상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3.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의 산정이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특히, 담합 합의일 이전 거래분이나 공동행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매출액을 관련매출액에 포함시킨 점, 그리고 원고가 자진신고를 통해 감경을 받았음에도 자진시정에 따른 추가 감경을 하지 않은 점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인 노틸러스효성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자동화기기 사업자들에게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금융자동화기기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판매가격, 신권 개체가격, 그리고 수주 물량 배분에 관해 담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개체 시장이 교체 시장과 대체성이 있는 하나의 관련 시장으로 볼 수 있고, 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이 100%에 달하며 가격이 중요한 경쟁요소인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담합 행위가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았습니다. 과징금 산정의 적법성 또한 인정하여, 합의일로부터 발생한 모든 관련 매출액을 산정 기초로 삼고 자진시정에 따른 추가 감경을 하지 않은 공정위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 등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조항입니다. 법원은 과징금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억지'라는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제재금으로서의 성격을 기본으로 하며, 부당이득 환수적 요소는 부가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두7456 판결). 따라서 실제 부당이득이 없거나 작더라도 합의 자체만으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합니다.
2.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제22조 (시정조치)​: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을 경우 해당 사업자에게 위반행위의 중지, 법 위반 사실의 공표 등 필요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3.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관련매출액의 산정)​: 이 조항은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매출액'을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 동안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으로 정의합니다. 법원은 합의일 이전 체결된 계약에 따른 매출액이나 공동행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매출액도 합의로부터 간접적인 경제적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면 관련 매출액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관련 상품'은 공동행위로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상품을 의미합니다.
4.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5. 다. (관련매출액 산정 예외)​: 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매출이 없는 경우에도 과거 실적, 관련 사업자의 계획,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련매출액을 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합의만으로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뒷받침합니다.
5.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 요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공동으로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합의에 따른 실행행위까지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6. 관련매출액 산정 시기: 위반행위 시기부터 종기까지 발생한 매출액을 의미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합의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합의일부터 바로 가격이 인상되지 않았더라도 합의 이후의 매출은 관련 매출액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두3756 판결).
7. 자진신고 감경 및 자진시정 추가 감경: 현행 법령상 자진신고는 조사 협력 및 자진시정 요건을 포함하며, 자진시정으로 인한 감경비율의 인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에 속합니다. 중복 적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2순위 자진신고에 의한 감경 외에 별도로 자진시정에 의한 감경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 10월 20일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가 개정되어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자진시정을 이유로 한 추가 감경이 배제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이 모임을 통해 가격 책정, 물량 배분, 시장 분할 등에 대해 논의하거나 합의하는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는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2. 담합 행위는 합의 자체만으로 성립하며, 반드시 합의된 내용이 실행되거나 직접적인 시장 가격 인상 등의 결과가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만으로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3. 관련 시장을 획정할 때는 단순히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대체재로 인식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예: 신규 기기로의 교체와 기존 기기의 개체)까지도 포함하여 판단될 수 있습니다.
4. 과징금 산정 시 '관련 매출액'의 범위는 공동행위의 대상이 아니었더라도 해당 공동행위로 인해 직간접적인 경제적 영향을 받은 모든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매출액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위반행위 시기부터 종기까지 발생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며, 합의일 이전에 체결된 계약이라도 합의 기간 중 납품이 이루어졌다면 관련 매출액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5.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 감경을 받았더라도, 자진시정을 이유로 한 추가 감경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에 속하며 중복 감경 등의 이유로 추가 감경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관련 고시 개정 등으로 자진신고자에 대한 자진시정 추가 감경이 배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