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 행정
국민은행이 자회사인 국민신용카드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국민신용카드가 합병 전 대손충당금을 회계장부에 계상하지 않고, 국민은행이 합병 후 승계받은 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여 법인세 손금산입(세금 공제) 혜택을 받은 사건입니다. 국세청은 이를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또는 이월결손금 승계 제한 규정 회피 등으로 보고 법인세 등을 부과했으나, 법원은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03년 카드사태로 인해 금융권에 전반적인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은행들에게 계열 카드사 조기 정상화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2003년 9월 30일, 74% 지분을 가진 국민신용카드를 흡수합병했습니다. 합병 전 국민신용카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약 1조 2,664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 했으나, 합병 전 국민은행의 지시에 따라 이를 회계장부에 계상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국민은행은 합병 후 이 사건 채권 중 대손충당금 설정 대상이 아닌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에 대해 약 9,32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이를 손금에 산입하여 2003년 법인세를 신고했습니다. 중부세무서장은 이러한 행위가 법인세법 제45조의 합병 시 이월결손금 승계 제한 규정을 회피하려는 위법한 행위로 보아, 국민신용카드가 설정했어야 할 대손충당금 1조 2,664억 원을 손금불산입하고 국민은행에 2003년 법인세 3,307억 원, 농어촌특별세 2.6억 원, 2004년 법인세 811억 원 등을 부과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이 과세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민신용카드가 합병 전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회계처리가 법인세법상 허용되는 납세자의 선택권 행사에 해당하는지, 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나 조세 회피를 위한 부당한 행위로 보아 과세당국이 법인세 손금산입을 부인하고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중부세무서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국민은행에 대한 법인세 등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국민은행이 국민신용카드의 채권을 승계하여 대손충당금을 손금산입한 행위가 법인세법상 허용되는 납세자의 선택권 행사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대손충당금의 손금산입은 법인세법상 '결산조정사항'에 해당하며, 이는 납세자가 결산상 비용계상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보았습니다. 비록 국민신용카드의 회계처리가 금융감독 규정을 위반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는 세법상의 손금산입 허용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해당 규정들을 강행규정 또는 효력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과세당국이 주장한 조사결정권, 신의성실의 원칙, 법인세법상 장부가액 규정, 실질과세의 원칙, 부당행위계산 부인 등은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거나 그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