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사업 운영이 어려워지자, 폐업을 앞두고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공장 건물에 대해 전세권 설정 계약을 맺었습니다.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여 신용보증기금이 은행에 대위변제(대신 빚을 갚음)한 후, 채무자의 재산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위 전세권 설정 계약이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의 전세권 설정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전세권을 설정받은 회사 또한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고 보아, 신용보증기금의 청구를 받아들여 전세권 설정 계약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외 1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수억 원을 대출받아 '○○산업'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어려워지자 2004년 10월 29일,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공장 건물과 시설에 대해 피고 회사(건일스틸 주식회사)와 전세금 3억 원의 전세권 설정 계약을 맺고 등기를 완료했습니다. 이후 소외 1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신용보증기금은 2005년 4월 29일 약 10억 8천만 원의 대출원리금을 은행에 대신 갚아주었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소외 1에게 구상금 채권을 갖게 되었고, 소외 1의 전세권 설정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판단하여 전세권 설정 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전세권 설정 계약이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전세권을 설정받은 건일스틸 주식회사가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공장 건물을 피고 회사에 전세권 설정해준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해당 전세권 설정 계약을 취소하고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채무자가 신용보증계약 당사자였던 만큼 구상금 채권 발생의 개연성이 높았고 실제로 채무자가 폐업하면서 구상금 채권이 현실화되어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채무자가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한 재산에 전세권을 설정하여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부족하게 만들었으므로 사해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전세권을 설정받은 피고 회사의 설립자들이 채무자의 사업 상황을 잘 알던 관계였던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피고 회사가 채무자의 채권자들을 해할 의도가 있음을 알았다고 보아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세권 설정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 제406조 제1항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채권자취소권의 주요 요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채무자가 사업 운영이 어렵거나 채무 초과 상태일 때 자신의 주요 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처분하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경우, 다른 채권자들은 해당 행위를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의 자산을 넘겨받은 사람이 채무자의 사정을 잘 아는 가족이나 친인척, 또는 기존 회사 관계자라면 사해행위임을 알았다고 추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채권자취소권 행사에 필요한 채권은 사해행위 당시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될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면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만약 사해행위 취소 소송 중 해당 부동산이 경매 등으로 인해 제3자에게 넘어가 원상복구가 불가능해졌다면, 취소 청구만 분리해서 진행하고 배당이의 소송 등을 통해 배당금에서 채권을 회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