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조선소 용접공으로 근무하던 망인 H 씨가 파킨슨증을 포함한 질병으로 사망한 후, 그 유족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원심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과거 행정소송에서 망인의 파킨슨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점을 근거로 재심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의 당사자와 청구원인이 다르며, 재심사유로 주장된 내용이 이미 상고심에서 다루어졌다는 이유로 재심 청구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망인 H 씨는 1985년 E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선박 블록 용접공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2005년 용접 작업 중 탈수 증세를 겪은 후 정밀 진단을 통해 2006년 '기질성 정신장애'와 '무산소성 뇌손상', 2008년 '파킨슨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망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으나 2007년과 2010년 각각 불승인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망인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2013년 8월 21일 항소심에서 파킨슨증에 대한 요양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는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이 사건 행정판결). 그러나 기질성 정신장애와 무산소성 뇌손상은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망인은 2015년 사망했고, 유족들은 같은 해 9월경 회사를 상대로 신의칙상 근로자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에서 제1심 법원은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과 파킨슨증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재심대상판결)도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이 민사소송 법원을 기속하지 않으며, 파킨슨증과 업무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2022년 8월 25일 기각되었고, 이에 원고들은 재심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전 행정소송에서 망인의 파킨슨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확정판결이 이후 회사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의 재심 대상 판결에 기판력(확정된 판결의 내용에 따라 법원이 구속되는 효력)을 미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때'에 해당하는 재심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재심사유가 이전에 상소(항소 또는 상고)를 통해 주장되었거나 알면서도 주장하지 않은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 규정의 적용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이 사건 재심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 재심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재심 청구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확정판결과 저촉되는 때'는 동일 당사자 사이의 동일한 내용 사건에 기판력이 저촉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이 사건 행정판결의 당사자는 '망인과 근로복지공단'이고 재심대상판결의 당사자는 '원고들과 회사'이므로 당사자가 달라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원고들이 재심대상판결 선고 이후 상고심에서 이미 이 사건 행정판결의 기속력 및 인과관계에 대한 주장을 제기했고, 상고심에서 이에 대해 판단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주장한 판단누락(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 또한 원고들이 상고심에서 주장하지 않았으므로 역시 재심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재심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재심사유): 이 조항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해 재심을 제기할 수 있는 사유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특히 제10호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때'와 제8호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 제9호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가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제10호의 경우 '동일 당사자 사이의 같은 내용의 사건에 관하여 기판력이 저촉되는 두 개의 확정판결'이 있어야 한다고 해석하여,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다른 이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는 재심사유를 상소(항소, 상고)에서 이미 주장했거나 알면서도 주장하지 않은 경우 재심을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들이 상고심에서 관련 주장을 했었으므로 재심 청구가 기각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기속력): 이 조항은 '처분 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 행정청을 기속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행정판결에서 파킨슨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었으므로, 민사법원도 이에 기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행정판결의 기속력이 '행정청'에 미치는 효력이며, 민사 법원이나 일반적인 민사 소송의 상대방에게까지 직접적으로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 행정판결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제10항의 '간주규정'에 따라 파킨슨증에 대한 요양불승인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을 뿐, 민사 책임의 핵심인 '업무와 질병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 행정판결의 기속력 범위를 제한적으로 보았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이 조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이 조항에 따라 회사가 근로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의 질병 발생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민사소송에서 회사의 책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과실), 망인의 질병(손해),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은 당사자, 청구 원인, 적용되는 법리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행정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민사소송에서 회사의 책임(예: 안전 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별도로 회사의 과실과 질병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은 특정 작업 환경 노출 시 인과관계를 '간주'하는 규정을 포함할 수 있어, 민법상 인과관계 증명보다 요건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둘째,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매우 엄격한 절차입니다. 단순히 판결 내용이 불만족스럽거나 사실 인정을 다시 다투려는 목적으로는 재심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각 호에 명시된 엄격한 재심사유에 해당해야 하며, 특히 해당 사유를 상소심에서 이미 주장했거나 알면서도 주장하지 않은 경우에는 재심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셋째, 행정판결의 기속력은 해당 처분을 내린 행정청과 관계 행정청에 한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민사 법원에까지 직접적으로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판결의 승소 여부가 민사소송의 결과로 직결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