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살인죄로 복역 중인 가해자 E의 유가족들이, E이 살인 후 재산을 처분하며 동생의 사위 C와 지인 D에게 각각 1억 1,600만 원, 2,000만 원을 지급한 것이 사해행위(채권자를 해치는 재산 처분)라며 이를 취소하고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이전 소송에서 E에 대한 손해배상 및 E이 아파트를 매도한 행위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 판결을 확정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E이 C와 D에게 돈을 '증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C의 경우 단순히 계좌를 빌려준 것이고, 피고 D의 경우 임대차 보증금을 받은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2019년 5월 16일, E이 F(망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E은 살인죄로 기소되어 징역 2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망인의 배우자 A와 자녀 B는 E에게 손해배상 채권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E의 아파트 매매계약에 대해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원고들은 E이 아파트를 매도한 후 그 매매대금 중 일부를 피고 C와 D에게 지급한 것이 또 다른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해당 증여계약의 취소와 금전 반환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해자 E이 자신의 채무초과 상태에서 피고 C와 D에게 금전을 지급한 행위가 원고들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특히 해당 금전 지급이 '증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사해행위가 성립하려면 채무자가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등 채권자를 해치는 법률행위를 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법원은 이 점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는 피고 C와 D에게 금전을 지급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증여'라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살인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가해자의 재산 처분 금전을 돌려받기 위해 제기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금전 지급 행위가 '증여'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사해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측이 해당 행위가 증여임을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는 법리(법률 원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판결입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이 조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사해행위취소권'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E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C와 D에게 돈을 증여함으로써 자신들의 손해배상 채권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이 조항에 근거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증여의 법리 및 증명책임: 금전 지급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증여'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민법 제554조)입니다. 중요한 것은, 증여를 주장하는 사람(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돈을 지급한 채무자와 돈을 받은 수익자(피고들) 사이에 그 돈이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무상 공여'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돈이 오고 간 사실만으로는 증여가 인정되지 않으며, 해당 거래의 목적과 실질을 명확히 밝힐 증거가 필요합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C와 D에게 금전이 증여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C의 경우 계좌 대여, 피고 D의 경우 임대차 보증금 지급이라는 다른 실질이 있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증명의 중요성: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주장하려면, 그 처분 행위가 채무를 갚기 위한 정당한 거래가 아니라 채권자를 해칠 목적으로 이루어진 '증여' 또는 '매매 가장' 등의 무상 또는 불균형한 처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돈이 오고 갔다는 사실만으로는 증여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거래의 실질 파악: 어떤 금전 거래가 있었을 때, 그 거래의 '실질'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명의만 빌려준 것인지, 임대차 보증금과 같은 정당한 거래였는지, 아니면 정말로 아무런 대가 없이 재산을 넘겨준 것인지 등을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계좌 이체 내역만으로는 증여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당사자들의 의사와 거래 목적을 파악할 수 있는 추가 증거(예: 계약서, 통화 녹취록, 메시지 기록 등)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한계: 채무자의 모든 재산 처분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사해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루어진 행위여야 하고, 수익자(돈을 받은 사람)가 채권자를 해칠 것을 알면서도 거래에 동참했다는 '악의'가 입증되어야 하는 등 여러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특히 무상 처분의 경우 악의는 추정되지만, 유상 처분일 때는 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