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선원 A는 근무 중 발생한 청력장해에 대해 선원관리사업자 B 주식회사와 선박 소유자인 C, D, E를 상대로 선원법상 장해보상금 및 민법상 손해배상금을 청구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A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 또한 1심과 동일하게 A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피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선원 A는 피고 B 주식회사(선원관리사업자) 및 피고 C, D, E(선박 소유자들)가 관리하거나 소유한 선박들에서 기관사로 근무하던 중 청력장해가 발생했습니다. A는 이 청력장해가 근무 중 지속적인 기관실 소음 노출로 인한 직업병이며, 피고들이 선원법상 재해보상 의무 및 사용자로서의 안전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라고 주장하며 장해보상금 및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피고들은 자신들이 선원법상 재해보상 의무를 지는 선박소유자에 해당하지 않거나, A의 청력장해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으며, 필요한 안전 조치를 모두 취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립했습니다.
선원관리사업자인 피고 B 주식회사가 선원법상 재해보상책임을 지는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지위에 있는가, 원고 A의 청력장해가 피고 C, D, E 소유 각 선박에서의 근무 중 발생한 소음과 인과관계가 있는가, 피고 C, D, E가 사용자로서 원고 A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는가
원고 A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재판부는 선원관리사업자인 피고 B 주식회사가 선박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선원을 고용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등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 '선박소유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 A의 청력장해가 피고 C, D, E 소유 선박에서의 근무 중 발생한 소음과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기존 청력 이상 기록, 난청의 형태, 소음 노출 기간 및 강도, 보호장비 착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로 인해 난청 진행이 촉발되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 C, D, E가 기관실 내 경고문 부착, 보호장비 비치 등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했고, 원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추가적인 특별 조치 의무 위반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용자로서 보호의무 및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선원법상 선박소유자의 재해보상 책임: 구 선원법(2011. 8. 4. 법률 제110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과 선원법은 선박소유자가 선원에 대한 각 재해보상 의무를 진다고 명시합니다(구 선원법 제85조 내지 제93조, 선원법 제94조 내지 제102조). 선박소유자의 범위는 구 선원법 제2조 제3항에서 '선주, 선박차용인, 선박관리인, 용선인 등의 명칭에 불구하고 선원을 고용하고 그 선원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자'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선원법 제2조 제2호는 '선주, 선주로부터 선박의 운항에 대한 책임을 위탁받고 이 법에 따른 선박소유자의 권리 및 책임과 의무를 인수하기로 동의한 선박관리업자, 대리인, 선체용선자 등'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선원관리사업자의 선박소유자 간주 요건: 선원법 제112조 제3항(구 선원법 제103조 제2항도 동일 취지)은 선원관리사업자가 수탁한 업무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관하여는 이 법을 적용할 때 선박소유자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선원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구 선원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도 동일 취지)은 그 업무의 범위를 선원근로계약서 작성 및 신고, 선원 명부 작성 및 비치, 임금대장 비치 등 단순한 인력관리 업무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원관리사업자에게 선원의 재해보상에 관한 선박소유자의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위임받은 행정 업무를 넘어 선박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선원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하며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업무명령을 하는 등 선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실질적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재해와 업무상 인과관계의 인정 기준: 직업성 질병의 경우, 해당 질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려면 질병 발생과 업무 수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는 의학적, 과학적 증명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지만, 해당 작업 환경이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되었거나 기존 질병을 현저히 악화시켰다는 개연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건강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물적 환경을 제공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이 의무의 범위는 근로의 종류, 내용, 작업 환경, 근로자의 건강 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며, 모든 유해 요소를 완벽하게 제거할 의무는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안전 조치를 취했다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원관리사업자의 책임: 선원관리사업자는 선원의 인사 관련 업무, 선원재해보상에 관한 업무 등을 선주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하는 경우에도, 단순히 선주를 대리하여 선원 급여 이체, 고용보험료 납부 등의 업무를 수행한 것만으로는 선원법상 재해보상책임을 지는 '선박소유자'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선원관리사업자가 실질적으로 선박을 지배하고, 선원을 고용하며 임금을 지급하거나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업무명령을 하는 등 구체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지위에서 재해보상책임을 진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재해와 업무의 인과관계 입증: 소음성 난청과 같은 직업성 질병의 경우, 해당 질병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하였거나 업무로 인해 악화되었다는 의학적 또는 과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단순히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환자의 기존 건강 상태(예: 발병 전 청력 이상 기록), 질병의 형태(소음성 난청의 전형적 형태 여부), 소음 노출의 기간 및 강도, 보호 장비 착용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소음 작업 기준(예: 1일 8시간 85dB 이상)은 직무상 재해 인정을 위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인과관계 판단의 일응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모든 유해 요소를 완벽하게 제거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닙니다. 선박 기관실과 같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 발생이 불가피한 공간에서는 기관실 출입문 경고문 부착, 귀마개 등 보호장비 비치, 기관 무인화 설비(UMA) 도입 등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안전 조치를 취했다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정기 건강검진에서 특정 이상 소견을 받았더라도, 해당 소견이 선박 승선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면, 사용자에게 추가적인 특별 조치 의무가 항상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