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회식 후 피해자 B의 머리카락과 종아리를 만져 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해당 행위를 부인했으며,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주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19년 9월 24일 21시 30분경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E’ 주점에서 학회 회식이 끝난 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주점 밖에서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피고인이 다가와 머리카락을 만지고 종아리를 만져 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먼저 고소하자, 피해자가 이에 대응하여 피고인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피고인의 강제추행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와 이를 입증할 증거들의 신빙성이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그리고 다른 목격자 진술이나 정황 증거와의 부합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피고인은 무죄이며,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사정들이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건 현장에 다수의 학생이 있었음에도 피고인의 추행 행위를 직접 목격했다는 사람이 없었고, 피해자가 목격자로 지목한 사람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달랐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종아리를 만졌다고 말한 시점에 대한 진술이 다른 참고인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와 같이 피고인의 성추행을 문제 삼았던 다른 두 명은 자신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인정하고 사과한 전례도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사건 당일에도 자극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피고인이 먼저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맞고소한 경위 등도 고려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피해자의 진술과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유죄라는 합리적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되었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또한,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여 피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이 조항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강제추행 혐의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 규정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즉, 피고인이 실제로 해당 행위를 했는지 여부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의 공시) 이 조항은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는 내용으로, 무죄가 선고된 경우 피고인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법원이 판결의 주요 내용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절차입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므로, 피고인의 혐의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알려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로 판결 요지 공시가 이루어졌습니다.
형사재판의 유죄 인정 원칙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이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무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도3309 판결 등에서 확립된 원칙으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본 사건에서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이 유죄를 확신할 만큼의 증명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어 이 원칙에 따라 무죄가 선고된 것입니다.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하지만, 다른 객관적인 증거(예를 들어, 현장 CCTV 영상, 관련 메시지 내용, 당시 주변 사람들의 증언 등)와의 교차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사건 현장에 다수의 인원이 있었을 경우,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그 진술들이 일관성을 가지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기존 관계나 감정적인 상황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배경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진술의 세부 내용(예: 사건 발생 장소, 시간, 구체적인 행위)이 일관성이 없고 다른 증거와 모순될 경우 진술의 신빙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가 보인 반응이나 주변인들에게 알린 내용 역시 중요한 증거가 되며, 그 내용이 일관되어야 신빙성이 높게 인정됩니다. 고소의 경위, 특히 맞고소와 같은 상황도 재판부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