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원고 A는 남편 E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피고 보험사와 체결했습니다. 계약 당시 E의 직업은 조선소의 신호수였으나 원고는 이를 현장관리직으로 고지했습니다. E가 신호수 업무 중 사고를 당하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피고 보험사는 원고의 직업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반발하여 해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피고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8월 26일 피고 보험사와 남편 E를 피보험자로 하는 'C'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E는 G 거제조선소에서 '신호수'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보험 모집인에게 E의 직업이 위험한 일이 아니며 현장관리직이라고 고지했고, '계약전 알릴의무사항'에도 E의 직업이 '기타 현장관리자(현장작업 미참여)'로 기재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신호수 업무는 크레인 신호 외에 와이어로프 및 샤클 체결, 해체 등 위험성이 높은 현장작업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10월 26일, E는 작업대 해체 작업 중 4.3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고 원고는 2018년 11월 29일 피고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E의 직업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된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2019년 1월 29일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보험계약 해지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직업을 사실과 다르게 고지한 것이 보험계약 해지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 여부, 특히 피보험자의 직업이 상법상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며 보험계약자의 고지 의무 위반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보험자 E의 직업(신호수)이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며 원고 A가 이를 '위험하지 않은 직업' 또는 '현장관리자'로 고지한 것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된 상법 규정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상법 제651조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 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사가 보험계약 체결 여부나 보험료, 보장 내용을 결정하는 데 객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말하며, 피보험자의 직업처럼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판단됩니다. '중대한 과실'은 고지해야 할 사실을 알면서도 그 중요성을 잘못 판단하거나, 그것이 중요한 사실인지 알지 못한 현저한 부주의를 의미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가 남편의 직업이 신호수임을 알면서도 '위험하지 않다'거나 '현장관리직'이라고 고지한 행위는 중대한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상법 제651조의2 (서면에 의한 질문의 효력): 보험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됩니다. '계약전 알릴의무사항'과 같이 청약서에 명시적으로 기재된 직업 관련 질문은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상법 제655조 (해지권의 행사):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해지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피고 보험사는 E의 사고 이후 조사를 통해 직업 고지 위반 사실을 확인한 후 적법하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 가입자는 피보험자의 직업, 과거 병력 등 질문 사항에 대해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합니다. 특히 직업은 보험료 산정과 보험금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직업에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거나 현장 작업이 포함되는 경우 이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보험 모집인이 직업 분류나 위험도를 단순화하여 기재하도록 유도하더라도, 최종 책임은 계약자에게 있으므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직업 변경 등 중요한 사실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보험사에 통보해야 합니다. 직업과 관련하여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가장 상세하고 정확한 내용으로 고지하는 것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