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재개발
주식회사 A가 E에게 VSL 설비 제작 공사를 맡겼으나 E가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고 중단하자, 주식회사 A가 직접 미완성 부분을 완료하고 E에게 추가로 지출한 공사비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주식회사 A는 E와의 계약이 도급계약이므로 E가 공사대금 또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E가 공사 현장의 대리인으로서 업무를 위임받은 것이라고 판단하여 주식회사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22년 12월 22일경까지 E가 VSL 설비 제작 공사를 완료해야 했으나 기한 내에 마치지 않고 중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미완성 공사를 직접 마무리하는 데 252,045,47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E에게 이 금액 상당의 공사대금을 청구했습니다. 또한, 만약 공사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E가 공사를 제대로 끝마치지 않아 초과 지출한 공사대금 153,900,362원과 공사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 86,554,112원을 합한 240,454,474원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택적으로 주장했습니다. E는 'L'이라는 상호로 계약을 체결했고 건강보험 등재 문제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도급계약이 아닌 다른 형태의 계약임을 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주식회사 A와 E 사이의 계약 성격이 무엇인지(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 그리고 이에 따라 공사 중단에 대한 책임과 추가 공사비 및 손해배상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주식회사 A)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된 선택적 청구(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즉, 주식회사 A의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A와 E 사이의 계약을 '도급계약'이 아닌 '공사 현장 대리인 업무를 위임받은 계약'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는 계약서 내용 중 피고가 현장 비용을 관리하고 증빙 서류를 제출하되 최종 비용은 원고가 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과, 피고의 건강보험 등재 문제가 원고와 피고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피고에게는 공사대금 지급 의무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어 원고의 모든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민법 제664조 (도급의 의의): 도급은 당사자 일방(수급인)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도급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깁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와의 계약을 도급계약으로 보아 피고가 공사를 완성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680조 (위임의 의의): 위임은 당사자 일방(위임인)이 상대방(수임인)에게 사무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깁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공사 현장의 '대리인'으로서 업무를 '위임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피고가 원고의 지시와 통제 하에 공사 현장을 관리하고 비용을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나, 최종적인 공사 완성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본 것입니다. 위임 계약에서는 수임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며, 도급과 같이 일의 완성이라는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민법 제390조):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공사를 제대로 마치지 않아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계약의 성격이 위임으로 판단되었으므로 채무불이행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는 선택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도 주장했으나, 피고의 행위가 위법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계약 해석의 원칙: 법원은 계약의 내용을 해석할 때, 당사자들이 사용한 문언의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그들 의사의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실제 계약의 성격을 파악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서 상의 문구 외에 피고가 견적서를 제출하는 의무, 건강보험 등재 합의, 실제 비용 집행 주체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약의 성격을 위임으로 판단했습니다.
공사 계약을 체결할 때는 단순히 '공사'라는 이름으로 계약하더라도 실제 내용이 도급(일의 완성 책임)인지, 위임(사무 처리 책임)인지 또는 고용(노무 제공 책임)인지 등 그 성격을 명확히 이해하고 계약서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에는 공사의 범위, 책임 소재, 비용 정산 방식, 지시와 감독 권한, 공사 중단 시 처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비용 집행 주체와 증빙 서류 제출 의무 등에 대한 내용이 상세할수록 분쟁 발생 시 계약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계약의 성격을 증명할 수 있는 견적서, 사업자 등록 정보, 건강보험 등재 여부, 실제 업무 지시 내용, 비용 지불 내역, 현장 관리 방식 등 관련 자료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개인이 아닌 상호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실제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해두어 추후 법적 분쟁에서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등재와 같이 계약과 직접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항이라도,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었다면 이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