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재단법인 A는 부산 기장군에서 기존 법인 묘지를 확장하고 묘지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도시계획시설 변경 제안을 부산광역시에 제출했습니다. 부산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국토교통부의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승인까지 받았으나, 이후 주민 반대 민원 및 특정감사 결과 등을 이유로 2021년 7월 이 제안을 반려했습니다. 이에 재단법인 A는 반려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심판을 거쳐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재단법인 A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부산광역시장의 반려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단법인 A는 1979년부터 부산 기장군에서 법인 묘지를 운영해왔습니다. 2012년, 재단법인 A는 부산시의 장사시설 수급계획과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기존 장사시설을 정비하고 자연장지 및 봉안당 등 복합시설을 갖춘 묘지공원으로 확장하기 위한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부산광역시에 제안했습니다. 부산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승인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업 내용은 당초 자연장지 조성에서 봉안당 증설 위주로 변경되었고, 재단법인 A는 토지 매입, 용역 발주 등에 약 30억 원의 비용을 지출하며 부산시의 요구에 따라 교통영향평가 등 후속 절차를 이행했습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발생하고, 부산시 내부 특정감사에서 사업 목적 상실 등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결국 부산시는 2021년 7월, 당초 사업 목적 상실, 기장군 반대, 불투명한 사업 추진, 개발이익 특혜 등을 이유로 재단법인 A의 제안을 반려했습니다. 이에 재단법인 A는 이 반려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부산광역시장이 재단법인 A의 도시계획시설 변경 제안을 반려한 처분이 과연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반려 처분의 구체적인 사유들, 즉 사업 목적 상실 여부, 기장군 반대의 타당성, 사업 추진의 불투명성, 개발 이익 발생으로 인한 특혜 가능성 등이 실제 법률적 근거가 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행정청이 처분을 내릴 때 준수해야 하는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행정행위가 진행된 상황에서 적용되는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의 자기구속 원칙 위반 여부, 행정계획 결정 과정에서의 이익형량에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부산광역시장이 2021년 7월 5일 재단법인 A에게 내린 도시계획시설 결정(변경) 제안 반려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에 들어간 모든 비용은 부산광역시장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부산광역시장의 반려 처분에 절차적 위법은 없다고 보았으나, 실체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처분 사유 중 '당초 사업 목적(자연장지 조성) 상실'은 인정되지만, 부산시 스스로 봉안당 확충 등 사업 목적을 변경하여 약 10년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이는 공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반면 '기장군 반대에 따른 사업 추진의 연속성·실효성 저해', '불투명한 사업 추진에 따른 지역 봉안시설 공급 불확실', '개발제한구역 내 사업 확장에 따른 개발이익 발생(특혜)' 등의 나머지 처분 사유들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부산시가 공익과 사익 사이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이익형량에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약 10년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와 피고가 함께 들인 노력과 비용, 그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사업 진행에 대한 신뢰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의 자기구속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 반려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행정청의 도시계획시설 변경 제안 반려 처분의 적법성을 다루고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1항: 이 법률들은 도시계획시설, 공동묘지, 묘지공원 등의 정의와 설치 근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사업은 이들 법률에 따라 공동묘지를 묘지공원으로 변경하고 확장하는 도시관리계획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관련 시설의 법적 성격과 추진 절차의 근거가 됩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처분의 이유 제시):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인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가 권리구제 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부산시가 반려 처분서에 이유를 상세히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원고가 특정감사 결과 등으로 실질적인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권리 구제 절차 진행에 지장이 없었다고 판단되어 절차적 위법은 부정되었습니다.
행정계획의 형성의 자유와 이익형량의 원칙: 행정계획은 특정한 행정목표 달성을 위해 행정주체가 전문적, 기술적 판단을 기반으로 관련 행정수단을 종합, 조정하여 미래의 질서를 실현하는 활동 기준입니다. 행정주체는 이러한 계획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데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지지만, 관련되는 이익들을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또는 공익 및 사익 상호 간에도 정당하게 비교하고 형량해야 하는 제한이 있습니다.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거나, 고려 대상 사항을 누락하거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이익형량을 한 경우, 해당 행정계획 결정은 위법하게 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부산시가 도시계획시설 변경 제안 반려 처분을 내리면서 이익형량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그 이익형량에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비례의 원칙: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정권 행사는 그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즉, 행정기관은 행정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을 사용해야 하며, 공익과 사익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약 10년간의 노력과 막대한 비용을 들인 원고의 사익이 침해됨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의 반려 처분이 달성하려는 공익이 불분명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기관의 유효한 선행 조치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행정기관이 과거에 어떤 행정행위를 통해 국민에게 일정한 신뢰를 부여했다면,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그 신뢰를 깨뜨리는 행정처분은 위법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부산시는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승인을 받고 후속 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등 재단법인 A에게 사업 진행에 대한 신뢰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갑자기 백지화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칙: 행정기관은 동종의 사안에 대하여 이전에 이미 결정한 바 있는 경우에는 그와 동일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구속을 받는다는 원칙입니다.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의 공평성 및 통일성 유지를 위해 필요합니다. 본 사건에서 부산시가 과거에 사업을 계속 진행하려 했던 행정행위에 스스로 구속되지 않고 이를 백지화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장기적인 행정계획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는 행정기관의 초기 계획과 이후 발생하는 변경 사항에 대한 명확한 합의와 문서화가 중요합니다. 행정기관이 스스로 사업 진행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고 후속 절차를 이행하도록 한 경우,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이를 전면적으로 백지화하는 것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개발제한구역 내 사업과 같이 공익성이 강조되는 경우에도, 개발 이익 발생 가능성은 예측되므로 공익 증진 방안 및 투명한 절차를 통해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지역 주민의 반대 민원은 공공사업 추진 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민원의 타당성 여부와 해소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검토 없이 단순 반대를 이유로 처분하는 것은 위법할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처분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적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지만, 그 이유는 처분서에 상세히 기재되지 않았더라도 당사자가 실질적으로 인지하여 권리 구제 절차를 진행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면 절차적 위법은 부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