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인사 · 증권
피고인 A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의 토지 매매계약 잔금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 회사 총무부장인 피고인 B과 공모하여 대표이사 동의 없이 약속어음 5억 5천만 원을 위조하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위조된 약속어음을 이용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하고, 추가로 대표이사 위임장과 이사회의사록도 위조하여 행사했습니다. 원심에서는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피고인 A과 B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여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약속어음 담보로 돈을 빌려준 피고인 D과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 C에 대해서는 원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되었습니다.
주식회사 E의 대표이사 피고인 A은 2010년 9월 10일 주식회사 H으로부터 양산시 토지를 40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4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잔금 35억 원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H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피고인 A은 자신의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자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평소 알고 지내던 피고인 C로부터 피해 회사들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해주면 돈을 빌려올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에 피고인 A은 피해 회사들의 총무부장으로 법인 명판과 사용인감도장을 보관하고 있던 피고인 B에게 대표이사 J의 동의 없이 약속어음을 발행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피고인 B은 이 사건 매매계약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피고인 A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사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등으로 인해 A의 부탁을 수락하고 5억 5천만 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위조하여 공정증서까지 작성하게 됩니다. 이 약속어음을 담보로 피고인 D으로부터 3억 원을 빌렸습니다. 이후 D의 대리인이 추가 서류를 요구하자 A과 B은 위임장과 이사회의사록까지 위조하여 제공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피고인 A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게 되자, 피고인 D은 이 공정증서를 근거로 피해 회사들의 예금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신청하게 되면서 이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 동의 없이 약속어음을 위조하고 이를 이용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한 행위가 유가증권 위조, 위조유가증권 행사, 공정증서원본 불실기재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회사 총무부장이 대표이사의 승인 없이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한 행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자금 대여자 측의 요구에 따라 대표이사 위임장과 이사회의사록을 위조하여 행사한 행위가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위조된 약속어음과 공정증서임을 알면서도 채권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회사 자금을 편취하려 한 행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위조 사실에 대한 인식과 채무 변제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A과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과 B이 공모하여 피해회사 대표이사의 동의 없이 약속어음, 위임장, 이사회의사록을 위조하고 이를 행사했으며, 공정증서 원본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인 B의 원심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피고인 A과 B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위조 행위를 함께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검사의 피고인 C와 D에 대한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피고인 C의 경우 약속어음 위조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고, 피고인 D의 경우 약속어음이 위조된 것을 인식했다거나 채무가 변제되었음을 알면서도 채권 추심을 시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이 판결은 회사의 중요 문서를 위조하여 자금을 조달하려 한 행위에 대해 주도자와 협력자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했습니다. 특히 회사의 업무 담당자가 대표이사의 승인 없이 문서를 위조하고 회사의 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책임을 엄중히 물었습니다. 반면, 공범 여부나 위조 문서에 대한 인식 여부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무죄를 유지하여 형사 재판에서 검사의 증명 책임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유가증권 위조죄 (형법 제214조 제1항): 행사할 목적으로 유가증권을 위조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과 B은 피해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 5억 5천만 원을 대표이사 동의 없이 위조하여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약속어음은 재산상의 권리를 나타내는 유가증권이므로 위조 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위조유가증권 행사죄 (형법 제217조, 제214조 제1항): 위조된 유가증권을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피고인 A과 B은 위조한 약속어음을 공증인에게 제시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하였으므로 위조유가증권 행사죄가 인정되었습니다.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형법 제228조 제1항): 공무원 또는 공무소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등 특수매체 기록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한 경우 성립합니다. 피고인 A과 B은 위조된 약속어음을 이용하여 공증인으로 하여금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하게 하여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공정증서는 법적으로 강제집행력을 가질 수 있어 그 중요성이 매우 큽니다. 사문서 위조죄 (형법 제231조):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사문서 또는 사화상을 위조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피고인 A과 B은 대표이사의 위임장과 이사회의사록을 위조하여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이사회 의사록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담는 문서이며 위임장은 권한을 대리하는 중요한 문서이므로 위조 시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위조사문서 행사죄 (형법 제234조, 제231조): 위조된 사문서를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하면 성립합니다. 피고인 A과 B은 위조된 위임장과 이사회의사록을 채권자 측 대리인에게 건네주어 행사죄가 인정되었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특경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가중처벌됩니다. 특히 피해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B은 피해 회사의 총무부장으로서 대표이사 승인 없이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회사에 5억 5천만 원 상당의 손해를 가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회사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저버린 행위로 판단됩니다. 소송사기의 성립 요건: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입니다. 단순히 소송상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주장이 명백히 허위임을 인식하고 허위 주장과 증거로 법원을 기망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인 D의 경우, 비록 채권의 진위나 변제 여부에 의심이 있었지만, 그가 약속어음이 위조된 것을 인식했다거나 채무가 변제되었음을 명백히 알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여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형사 재판에서 범죄 사실의 증명 책임이 검사에게 있다는 원칙을 보여줍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항소법원은 사실오인이 있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 변론을 거쳐 직접 판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 B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이 받아들여져 원심판결이 파기되고 직접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법원은 항소가 이유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하여야 합니다. 피고인 C, D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기각되었습니다.
회사의 중요한 서류나 인감은 대표이사의 명확한 승인 없이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법인 명의의 약속어음 발행이나 공정증서 작성과 같은 권리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신중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친분이나 사업적 어려움을 이유로 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중요한 문서를 위조하는 행위는 매우 심각한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총무부장 등 실무자는 대표이사의 지시나 동의 범위 내에서만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포괄적 업무 위임이 있었더라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는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합니다. 자금을 대여할 때는 담보물의 진위 여부와 법적 유효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위조된 유가증권을 담보로 한 대여는 후에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채무가 변제되었거나 담보의 유효성에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 법원에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신청하는 경우, 이것이 소송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법적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문서 관리, 인감 관리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여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합니다. 대표이사나 주요 임원의 서명이나 인감 관리를 철저히 하고, 문서 발행 시 반드시 적법한 절차와 승인을 거치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