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원고 회사의 재무 담당 상무 C는 회사 자금 1,300억 원 이상을 횡령했고, C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D회사로 약 117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원고는 C와 D에 대한 거액의 채권을 가지게 되었는데, C와 D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D의 대표이사 E의 배우자인 피고 B에게 각 소유 부동산을 매매 형식으로 이전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C와 D의 부동산 양도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매매계약 취소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C와 D의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의 사해의사도 추정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원고 회사 재무 담당 상무 C는 2005년 3월 14일부터 2013년 6월 28일까지 원고의 승인 없이 원고 명의 계좌에서 C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주식회사 D의 계좌로 총 11,780,838,700원을 송금했습니다. 이 외에도 C는 원고의 자금 131,793,922,561원을 횡령했고, 원고는 C와 D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하여 C에게 130,393,557,975원, D에게 11,680,838,700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C는 2017년 2월 4일 홍콩으로 출국했으며, 출국 직전인 2017년 1월 16일, C는 본인 소유의 부동산(제1 부동산)을, D는 D 소유의 부동산(제2 부동산)을 D의 대표이사 E의 배우자인 피고 B에게 매매 형식으로 양도했습니다. 당시 C와 D는 모두 적극재산보다 채무가 훨씬 많은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부동산 양도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매매계약의 취소와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E이 C에 대한 사전구상금 채권과 D에 대한 퇴직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대한 변제로 부동산을 받은 것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게 재산을 양도하는 행위가 다른 채권자의 공동 담보를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특히 채무의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적극재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사해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C와 D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피고에게 부동산을 양도한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인정하고 해당 매매계약을 취소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해당 부동산들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여 원상회복할 것을 명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1.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민법 제406조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채권자를 해함'을 '사해의사'라고 하며,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하면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또한, 그 행위로 이익을 받은 자(수익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수익자에게도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C와 D는 이미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에게 부동산을 양도했습니다. 이는 원고의 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공동 담보를 부족하게 만드는 행위이므로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C와 D에게는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피고는 E의 배우자로서 특수관계에 있었고, 채무초과 상태에서 부동산이 양도된 상황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피고에게도 사해의사가 추정되며, 피고가 이를 반박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2. 사해행위 판단 기준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7다2718 판결,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2다110521 판결 참조) 법원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처분된 재산이 채무자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무자력의 정도, 법률행위의 경제적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의무성 또는 상황의 불가피성, 채무자와 수익자 간의 통모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여러 채권자 중 일부에게만 채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그 채무의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채권 기타 적극재산을 양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E이 C에 대한 사전구상금 채권과 D에 대한 퇴직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대한 변제로 부동산을 받은 것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E이 그러한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채권이 있었다 하더라도 채무초과 상태의 C와 D가 해외 도피 전 피고(E의 처)에게 채무의 본래 목적이 아닌 부동산을 양도한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3. 원상회복 의무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수익자는 사해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원래의 채무자에게 되돌려 놓는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명의로 이전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여 C와 D 명의로 부동산 소유권을 다시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졌습니다.
채무자가 빚을 갚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가 가족이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게 재산을 양도하는 경우, 이는 사해행위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채권자들은 채무자의 재산 처분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 그리고 재산 처분 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법원에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채무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재산을 몰래 처분하여 은닉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면, 채권자는 부동산 가압류나 채권 가압류와 같은 재산 보전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합니다. 설령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목적으로 재산을 넘겨주었다 하더라도, 그 변제가 본래의 채무 내용과 다른 재산으로 이루어졌거나, 다른 채권자들을 해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로 인정되면 법원은 해당 재산 처분 계약을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의 채무자에게로 되돌려 놓아 다른 채권자들이 정당하게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