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보이스피싱 사기로 8,500만 원의 피해를 입은 원고가 현금수거책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1심 판결 후 피고가 공시송달로 인해 항소 기간을 놓쳤으나 추후보완 항소가 적법하다고 인정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를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서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보았으나, 피해자인 원고의 부주의도 인정하여 피고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2,100만 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2021년 8월경 원고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희망회복복지자금 긴급대출 승인' 문자와 '금융감독원 직원 사칭'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원고가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신규 대출을 신청하여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며, 현금수거책에게 직접 현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기망했습니다. 이에 속은 원고는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 8,500만 원을 인출하여 피고 B를 비롯한 현금수거책 C, D, 그리고 성명불상자에게 각각 교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고 B에게 3,000만 원, C에게 2,000만 원, D에게 1,500만 원, 성명불상자에게 2,00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이후 피고 등은 사기죄 등으로 기소되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피고 B는 형사소송 과정에서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300만 원을 공탁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원고는 피고 B 및 공동피고 C, D에게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총 피해액 8,5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은 공시송달로 인한 추후보완 항소의 적법성 여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공동불법행위 책임 범위, 그리고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의 적용 가능성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2,100만 원 및 이에 대한 2023년 10월 20일부터 2025년 6월 24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7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서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원고의 부주의 또한 인정하여 피고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함으로써, 제1심 판결이 인정한 금액보다 적은 2,1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원고의 청구는 일부만 받아들여졌습니다.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 이 조항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각자가 그 손해에 대해 전부를 배상해야 하는 책임, 즉 연대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현금수거책인 피고 B가 공동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현금수거책들(B, C, D) 사이에 직접적인 공모 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피고 B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에 가담하여 원고로부터 현금을 교부받아 편취한 행위는 전체 사기 범행의 일부로서 공동불법행위로 인정된 것입니다. 따라서 피고는 자신이 관여한 부분에 한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과실상계 및 책임 제한: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자신의 책임을 줄여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대법원 판례(2016다31137 판결)의 법리에 따라, 고의적 불법행위라 할지라도 가해자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되어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를 통한 책임 제한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했으나 사기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취득한 이익이 소액에 불과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원고 역시 보이스피싱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지시에 따라 거액의 현금을 확인 절차 없이 교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원고의 부주의도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기여했다고 보아,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에 따라 피고 B의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