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적용 및 임금 재산정을 둘러싼 근로자와 공단의 다툼 사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며 2017년에는 임금지급률을 일부 조정한 운영규정을 적용했습니다. 원고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재직하다 2018년 퇴직한 직원으로, 기존에 임금피크제 무효를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을 청구한 소송(제1 관련소송)과 통상임금 증액에 따른 시간외근무수당 추가 지급을 청구한 소송(제2 관련소송)을 진행했습니다.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는 2017년 임금지급률 조정이 소급적 임금 삭감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을 청구했고, 제2 관련소송에서 증액된 시간외근무수당에 맞춰 임금피크제 임금을 재산정해야 한다며 추가 임금 및 퇴직금을 요구했으며, 경영평가성과급을 포함하여 평균임금을 재산정하여 추가 중간정산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임금 소급삭감 주장은 원심이 정당하다고 보아 기각했으며, 추가 중간정산퇴직금 청구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원심의 판단 역시 정당하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고(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임금 및 퇴직금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제1 관련소송과 이 사건 소송의 소송물이 같다고 보아 제1 관련소송의 확정판결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의 해당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중 615,450원 및 지연손해금 부분도 함께 파기 환송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 직원으로, 임금피크제 적용 방식 및 임금 재산정과 관련하여 추가 임금과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입니다.
•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운영하였으며, 원고의 추가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청구에 대해 법적 다툼을 벌인 기관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임금피크제 시행과 관련하여 임금 지급률 조정이 사실상 임금 소급 삭감에 해당한다며 반발했습니다. 또한 과거 소송에서 통상임금이 증액 결정된 것을 바탕으로 임금피크제 적용 임금 및 퇴직금도 재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미 진행된 소송의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고, 특히 이미 확정된 판결의 효력(기판력) 때문에 새로운 소송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임금 지급 의무가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원고는 임금체계 변경에 따른 불이익과 과거 소송의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권리를 주장했고, 피고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지닌 법적 구속력을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2017년 하반기 임금지급률을 낮게 조정한 것이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없이 소급하여 임금을 삭감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기존 확정판결(제1 관련소송)의 '기판력'이 시간외근무수당 증액에 따른 임금피크제 임금 재산정 요구에 미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추가 중간정산퇴직금 청구가 소멸시효 기간을 도과하여 권리가 소멸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2017년 임금지급률 조정이 소급적 임금 삭감이 아니라는 원심의 판단과 중간정산퇴직금 청구가 소멸시효로 소멸했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반면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고에 대해서는, 원고의 임금피크제 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임금 및 퇴직금 청구가 이전 확정판결(제1 관련소송)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과 이에 상응하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춘천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확정판결의 기판력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즉, 과거의 소송에서 이미 판단된 동일한 법률관계(소송물)에 대해, 비록 다른 공격방어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자체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에서 패소한 후,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임금 산정 방식의 문제점을 들어 다시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기판력이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동일한 청구 기간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는 그 법적 근거를 달리하더라도 동일한 소송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미 확정된 판결이 있다면 다시 다툴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번 판결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법률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확정판결의 기판력 (Res Judicata of a Final Judgment)​:

   •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에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에 미칩니다. 즉, 한 번 확정된 판결이 있는 경우,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는 이전 소송의 '소송물'(다툼의 대상이 된 법률관계)과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전 소송에서 임금피크제의 '무효'를 주장하며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을 청구했던 것과, 이번 소송에서 임금피크제가 '유효함'을 전제로 임금 재산정에 따른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을 청구하는 것은 그 '소송물'이 동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과 퇴직금'을 청구하는 본질은 같으며, 임금 산정의 근거를 달리 주장하는 것은 단지 '공격방어방법'만 다른 것에 불과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이전 소송의 변론종결 전에 존재했던 사유(예: 시간외근무수당 증액)를 뒤늦게 주장하여 이전 판결과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도 기판력에 반한다는 법리입니다. (대법원 1980. 5. 13. 선고 80다473 판결,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다49981 판결 등 참조).

2. 소멸시효 (Statute of Limitations)​:

   • 임금 및 퇴직금 채권과 같은 금전 채권에는 일정한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중간정산퇴직금 채권에 대해 중간정산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원심의 판단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되었습니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을 경우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입니다.

3. 단체협약의 효력 및 임금 삭감의 요건:

   •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단체협약은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광범위한 효력을 미칩니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중요한 임금체계 변경은 단체협약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단체협약에 의해 임금 지급률이 조정될 경우, 이미 발생하여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생긴 임금을 소급하여 삭감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은 장래의 임금에 대한 지급률을 조정한 것은 소급 삭감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확정판결의 효력(기판력) 이해: 한 번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사항에 대해서는 다시 소송을 통해 다툴 수 없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비록 새로운 주장을 하고 싶더라도, 과거 소송과 '소송물'(다투고자 하는 핵심 법률관계)이 동일하다면 재소송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으니, 이전 소송의 판결 내용과 그 효력 범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2. 청구의 시점과 소멸시효: 임금이나 퇴직금 관련 채권은 일반적으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때로부터 3년이 지나면 해당 권리를 청구할 수 없게 되므로, 권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단체협약의 내용 확인: 임금피크제와 같은 중요한 근로조건 변경은 주로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으로 이루어집니다. 본인이 속한 사업장의 단체협약 내용, 특히 임금지급률 조정이나 적용 기준 변경과 관련된 조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변경 과정에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4. 임금 삭감 여부 판단: 임금피크제 등으로 임금 지급률이 조정될 때, 이미 발생한 임금을 소급하여 삭감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없이는 무효입니다. 그러나 미래에 지급될 임금의 지급률을 조정한 것이라면 소급 삭금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구체적인 임금 조정 방식과 시점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