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기타 형사사건 · 의료
의료인이 아닌 피고인 A가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그 명의로 병원과 의원을 개설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건으로, 원심은 의료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의료법인 운영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아 사건을 파기하고 환송하였습니다.
피고인 A는 의료인의 자격이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O재단을 설립하고 그 명의로 'P병원' 및 'Q의원'을 개설한 뒤,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이들 의료기관의 운영을 주도했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위반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보고 A를 기소했으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기 혐의도 함께 적용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피고인 A가 의료법인을 이용해 자신의 개인 의료기관을 운영한 것으로 보고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피고인은 이에 불복하여 상고했습니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 즉 의료법인이 실체를 갖추지 못했거나 공공성 및 비영리성을 일탈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과 심리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의료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이는 원심이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점 외에 의료법인이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거나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했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이 의료법인에 대한 실질적인 재산 출연 여부, 재산 유출 정도, 기간, 경위, 적정한 회계 처리 및 주무관청의 관리·감독 여부 등 종합적인 심리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추가적인 심리를 위해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의료인 등으로 제한하여 의료기관의 공공성 및 비영리성을 확보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 대법원은 단순히 비의료인이 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의료법 위반을 단정할 수 없으며, 의료법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을 기망하여 설립허가를 받는 등 실체가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의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부정할 정도로 일탈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의료법인 설립 과정의 하자, 재산 유출의 정도, 기간, 경위,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 준수 여부, 의료법인의 규모 및 수익에 비추어 급여액이 합리적 범위를 초과하는지 여부, 주무관청의 관리·감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즉, 의료법인 설립과 운영에 있어 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는지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형법 제37조(경합범)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여러 개의 죄를 경합범으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의료법 위반죄와 다른 범죄들이 경합범 관계로 인정되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의료법 위반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오해나 심리 미진의 잘못이 있다면, 전체 원심판결이 파기되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의료법인은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야 하며, 비의료인이 개인의 영리 목적으로 의료법인을 형식적으로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 설립 시 실질적인 재산 출연이 이루어져야 하고, 의료법인의 재산은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설립자 등 개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와 적정한 회계 처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재산을 유용하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주무관청의 관리·감독을 성실히 따라야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 운영 과정에서 재산 유출의 정도, 기간, 경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판단되므로 관련 기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