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초등학교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던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한 뇌경색으로 사망하자, 그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원심이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처분 당시 시행되던 고시가 아닌, 소송 중 개정된 고시의 기준을 참작하여 망인의 업무가 과중했으며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 A는 2014년 7월경부터 초등학교 야간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 평일에는 16시 30분부터 다음날 08시 30분까지, 휴일에는 08시 30분부터 다음날 08시 30분까지 학교에 상주하며 근무했고, 월 2회 휴무를 가졌습니다. 2017년 5월 4일 목요일 야간근무를 시작해 어린이날인 5월 5일 휴일근무를 연이어 수행하던 중, 5월 6일 토요일 10시경 학교 내 강당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되어 상세불명의 뇌경색증 및 기저핵 출혈 진단을 받았고, 같은 달 28일 이 상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사망 전 7일간 7일 연속 근무했으며 주당 근로시간은 68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52시간 45분,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57시간 9분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2017년 10월 당시 시행 중이던 고시를 기준으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처분 직후 고용노동부 고시가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은 개정 전 고시를 적용하여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근로자의 업무와 뇌혈관 질환 발병 및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특히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이후 개정된 고용노동부 고시를 법원이 참작하여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은 망인의 업무시간이 개정된 고시의 기준을 초과하고 휴일이 부족한 업무 부담 가중 요인이 있었으며, 경비 업무의 특성상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망인의 기존 질환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원심이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는 처분 당시의 고시가 아닌, 소송 진행 중 개정된 유리한 고시를 적용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 인정 여부가 쟁점입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증명책임이 근로자 측에 있음을 명시합니다. 이때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는 경우에도 인정됩니다. 질병의 주된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으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인과관계는 보통 평균인이 아닌 해당 근로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5항에 따라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으로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유발한 경우'를 들고, 그 구체적인 판단 사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도록 위임합니다.
고용노동부 고시(개정 전 고시, 2013-32호)는 만성적 과중한 업무 판단 시 업무시간 외 근로자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 고려하며,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60시간(4주간 64시간) 초과 시 업무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2017년 12월 29일 개정된 고시(2017-117호)는 '건강상태'를 삭제하여 재해자의 기초질환을 판단 고려사항으로 보지 않도록 기준을 완화했고, 업무시간 기준도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낮췄습니다. 또한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등의 경우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추가했습니다.
이 판결의 중요한 법리는 근로복지공단이 처분 당시에 시행되던 '개정 전 고시'를 적용하여 유족급여 부지급처분을 했더라도, 이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처분 후 '개정된 고시'의 규정 내용과 개정 취지를 참작하여 상당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변경된 법령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업무상 재해를 주장할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근로 시간 기록, 업무 내용, 근무 형태(교대 근무, 야간 근무, 휴일 근무 여부 등)를 상세히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발병 전 4주 및 12주간의 평균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가 됩니다. 둘째, 업무 환경 변화나 정신적, 육체적 긴장도가 높았던 특별한 사건 등이 있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증명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셋째, 질병 발생의 의학적 소견을 얻을 때, 업무 스트레스나 과로가 기존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을 가능성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넷째, 산업재해보상보험 관련 법령이나 고시가 개정되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다면, 비록 처분 당시에는 개정 전 고시가 적용되었더라도 소송 과정에서는 개정된 고시의 기준과 취지를 참작하여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행정청의 처분 시점 이후 법규가 변경된 경우에도 법원은 최신 법규를 적용하여 판단할 수 있다는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단속적 업무(예: 경비, 숙직 등)의 경우라도 그 내용이 육체적·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생체리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과중한 업무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