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파산 선고를 받은 상호신용금고의 직원들이 회사와의 단체협약에 명시된 퇴직위로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회사는 경영 악화로 인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영업 인가 취소 후 파산 선고를 받았고, 직원들은 해고되었습니다. 직원들은 이 퇴직위로금이 파산 절차에서 우선적으로 변제되는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하급심에서는 이를 재단채권으로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퇴직위로금의 성격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 '해고에 대한 위로금 또는 생계 보상금'에 가깝다고 보아 재단채권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파산자 주식회사 충일상호신용금고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여신 누적, 투자 손실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습니다. 2000년에는 당기순손실이 85억 6,000만 원에 달하는 등 경영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습니다. 이에 금융감독위원회는 2001년 7월 파산자 회사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영업정지 및 임원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영업인가를 취소한 후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결국 2001년 12월 14일 파산 선고를 받아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습니다. 회사는 파산선고 전부터 직원들에 대한 해고를 예고했고, 파산 선고 후 직원들을 해고했습니다. 해고된 직원들은 2000년 7월 1일 체결된 단체협약 중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또는 금융산업 구조조정, 강제퇴출 및 합병 시에는 6개월 이상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퇴직위로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직원들은 이 퇴직위로금이 파산법상 재단채권에 해당하므로 파산 절차와 무관하게 직접 지급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이를 재단채권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회사의 파산으로 인해 해고된 직원이 단체협약에 따라 청구하는 '퇴직위로금'이 파산법상 '재단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재단채권으로 인정될 경우,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원심판결(대전고등법원)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합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퇴직위로금이 직원들의 재직 중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경영상 해고, 합병, 강제퇴출, 파산 등의 사유로 해고될 때 지급되는 '위로금' 또는 '해고 후 생계 보장을 위한 보상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파산자 회사의 퇴직금 운영 실태, 퇴직위로금 규정 신설 시기와 경과, 당시 회사의 재무상태, 다른 상호신용금고의 퇴출 사태, 그리고 원고들의 근속기간과 퇴직위로금의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파산법 제38조 소정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원심판결에는 퇴직위로금의 성격 또는 재단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파산법 제38조 (재단채권): 파산법 제38조는 파산재단에서 수시로 변제하며 파산채권보다 먼저 변제하는 채권을 '재단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단채권은 파산채권자 전체의 이익을 위한 비용 등 특별한 성격을 가진 채권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해고된 직원들이 퇴직위로금을 파산법 제38조 소정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직접적인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퇴직위로금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지급 사유와 시기 및 기준, 근로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회사의 재정 상태 악화, 다른 금고들의 퇴출 상황, 퇴직위로금 규정이 신설된 경위, 그리고 직원들의 근속 기간에 비해 위로금 액수가 훨씬 크다는 점 등을 들어, 이 퇴직위로금은 '정리해고되거나 강제퇴출 등 조치에 따라 해고되는 경우 위로금조로 지급되는 것이거나 해고 후 생계보장을 위해 지급되는 보상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퇴직위로금은 파산법 제38조에서 정하는 재단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퇴직위로금'이라는 명칭만으로 재단채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격에 따라 그 법적 효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회사가 파산하거나 경영상 이유로 해고될 경우,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에 퇴직위로금 조항이 있더라도 그 법적 성격에 따라 파산 절차에서의 변제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퇴직위로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그 지급 목적, 사유, 지급 기준, 근로와의 직접적인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금'인지 아니면 '해고 보상금'인지 판단됩니다. 단순히 명칭만으로 재단채권으로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파산 절차에서 '재단채권'은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되므로, 자신이 받을 채권이 어떤 법적 성격을 가지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경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시 신설된 퇴직위로금은 근로의 대가라기보다는 정리해고에 대한 보상적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크므로, 회사의 재무 상황이나 해당 조항의 신설 경위 등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