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행정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주식회사 A의 관리인이, A가 파나마에 설립한 자회사 D가 피고 C와 체결한 도급계약 및 합의서가 사실상 A와 C 사이의 계약이며, 피고 C가 A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게 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파나마 법인 D가 A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며, 계약 당사자가 D임이 명확하므로 A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불공정한 법률행위, 법인격 부인 등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나아가, 설령 A가 실질적 당사자라 하더라도 도급계약에 중재 합의가 있었으므로 소송 자체가 중재 합의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C는 2016년 12월 29일 파나마 법인 D와 파나마 공사(F 등 공사)에 대한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파나마 법인 D는 공사를 수행하던 중 증가된 비용 및 기간으로 인해 피고 C와 6차례에 걸쳐 계약 금액 및 기간 연장에 합의하며 계약 내용을 변경해왔습니다. 이후 2019년 7월 26일, 피고 C와 파나마 법인 D는 외부 탱크 설비 공사계약 및 고정 가격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를 작성했습니다. 원고(회생채무자 주식회사 A의 관리인)는 파나마 법인 D가 사실상 주식회사 A의 지사 또는 현장 사무소에 불과하므로 주식회사 A가 이 사건 도급계약의 실질적 당사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C가 주식회사 A의 자금 고갈 등 '궁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계약이행보증증권 행사를 취소하지 않겠다고 협박하여 더 이상 공사대금 증액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이 사건 합의서 작성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현저하게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고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미지급 공사대금 중 미화 387,180달러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 도급계약 및 합의서의 실질적 당사자가 주식회사 A인지, 파나마 법인 D가 주식회사 A의 법인격을 부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실체가 없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또한, 피고 C가 주식회사 A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불공정한 법률행위(합의)를 한 것으로 보아 민법 제104조에 따라 무효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A와 C 사이에 계약 명의를 D로 하기로 한 통정 허위표시가 있었는지 여부도 쟁점이었습니다. 나아가, 주식회사 A가 자회사 D의 청구권을 대위 행사하거나 사무관리 법리에 근거하여 청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도급계약에 포함된 중재 합의가 이 사건 청구에 미치는지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원고 주식회사 A의 관리인이 제기한 정액가격합의계약 및 외부탱크기계작업 건축계약의 무효 확인 청구와 미화 387,180달러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계약 당사자를 판단함에 있어 계약서의 문언을 중시하였고, 이 사건 도급계약 및 합의서에 파나마 법인 D와 피고 C가 당사자로 명확히 기재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비록 주식회사 A가 파나마 법인 D의 설립 및 계약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있으나, D는 A와 별개의 독립된 법인격체이므로 A가 이 사건 계약의 실질적 당사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인격 부인론 주장 또한 파나마 법인 D가 주식회사 A와 동일시 될 정도로 형해화되었거나 법인격이 남용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배척했습니다. 불공정한 법률행위, 통정 허위표시, 청구권 대위 행사, 사무관리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원고 주식회사 A에게 피고 C를 상대로 이 사건 청구를 할 권한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한, 부수적으로 설령 A가 실질적 당사자라 하더라도 도급계약에 중재 합의가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소 제기는 중재 합의에 반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추가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계약 당사자 확정, 법인격 부인론,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무효, 통정 허위표시, 청구권 대위 행사, 사무관리, 중재 합의의 효력 등 여러 법률 및 법리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먼저, 계약 당사자 확정은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로서,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르고,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서면의 기재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민법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궁박'은 경제적 어려움을 포함하여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까지도 의미하며, 거래 관념상 급박한 상태를 말합니다. 중재법 제9조 제1항은 중재 합의의 대상인 분쟁에 관하여 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은 피고의 신청에 의하여 그 소를 각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인격 부인론은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법인격 배후에 있는 사람의 개인 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법적 효과 귀속을 주장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으므로, 회사 행위에 대한 책임을 배후자에게도 물을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이고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 즉 관리의 사실상의 이익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사무의 처리가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을 요합니다 (대법원 1994. 12. 22. 선고 94다41072, 41089 판결 등).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을 영위할 경우, 해당 자회사는 법적으로 독립된 별개의 법인격체임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 업무, 계약 관계를 철저히 분리하고 관련 기록을 명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서상 명시된 당사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확인해야 하며, 실질적 당사자와 명의상 당사자가 다른 경우 법적 효력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 계약서에 중재 합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분쟁 발생 시 소송이 아닌 중재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중재 합의가 있는 경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해당 소송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를 주장하려면 상대방이 나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현저하게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불공정 계약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법인격 부인론은 법인의 형태를 남용하여 실질적으로 법인격 배후의 개인 기업에 불과하거나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때 제한적으로 적용되며, 일반적인 모자회사 관계에서는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