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구인광고를 통해 모집책으로부터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전달받아 특정 계좌로 송금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사기죄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았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9년 10월 경 'B회사 C 팀장'이라는 모집책으로부터 현금 전달 및 송금 업무를 수행하면 높은 일당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D 직원이나 F은행 직원을 사칭한 성명불상자들의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 E로부터 850만원을 전달받아 수수료 40만원을 제외한 810만원을 지정된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피고인은 2019년 10월 17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총 15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2억 1,55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이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알고 있었는지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범행을 공동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무죄.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금을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다른 조직원들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직업을 얻는 과정, 신분증 제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송금, 송금 내역 보관, 그리고 낮은 이득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불법성을 의심하는 마음은 있었을지라도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와 형사소송법 제325조의 무죄 선고 기준이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는 두 명 이상이 함께 범죄를 저지를 때 적용됩니다. 공동정범이 되려면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사'와 '실제로 함께 범죄를 실행하는 행위'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의 범행을 알고 제지하지 않거나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범죄를 함께 하기 위해 서로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실현하려는 적극적인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사기 범행을 함께 저지르려는 명확한 의사가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무죄판결)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무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 재판에서 어떤 사람이 유죄라고 판단되려면 검사가 제시한 증거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 사실이 진실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만약 증거가 부족하여 의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비록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피고인이 자신의 일이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가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취업 제안을 받을 경우 반드시 업무 내용과 고용 회사의 실체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돈을 현금으로 직접 전달받아 송금하는 업무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불법적인 일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 그 일을 즉시 중단하고 관련 기관에 문의하여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의 도구로 이용될 경우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모르는 사람과의 현금 거래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