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택시 회사에서 일했던 운전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회사 측은 최저임금법의 개정으로 택시 운전자의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되자,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했습니다. 이에 운전자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과거에 지급받지 못한 최저임금 차액과 그에 따른 퇴직금 추가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격일제로 근무한 운전자들의 경우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회피하려는 탈법 행위로 무효라고 보아 운전자들의 청구를 대부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1인 1차제 근무 형태의 운전자에게는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 운전자들의 퇴직금은 미납된 부담금과 지연이자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A 주식회사는 택시 운전자들과 정액사납금제 방식의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7월 1일부터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에 따라 일반택시 운전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되면서 회사의 최저임금 준수 부담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1시간 30분 등으로 크게 단축하는 합의를 했습니다. 퇴직한 운전자들은 이러한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피하기 위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종전의 소정근로시간(1일 8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 미달액과 퇴직금을 회사에 요구했으나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택시 회사와 노동조합이 실제 근무 형태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와 그 경우 최저임금 및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미지급 퇴직금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의 취지를 잠탈하려는 탈법 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격일제 근로자들에게는 종전 2004년 임금협정 및 2007년 취업규칙에 따른 1일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과 주휴수당, 그리고 이를 반영한 퇴직금 차액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1인 1차제 근로자 B의 청구는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으며, 다른 원고들의 1인 1차제 근무 기간에 대한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는 별지2에 기재된 원고별 인용금액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퇴직금 관련은 연 5%에서 12%, 나머지 금액은 연 5%에서 20%)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택시 회사가 최저임금법 개정 이후 임금 부담을 피하고자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소정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한 행위는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격일제로 근무했던 운전자들은 회사가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최저임금과 퇴직금 등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1인 1차제 운전자들은 소정근로시간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최저임금이라는 강행법규의 실질적 의미를 강조하며 회사의 편법적인 임금 회피 시도를 제재한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은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성과 노동관계 당사자 간 합의의 효력 범위를 명확히 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 사건 특례조항):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예: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조항의 입법 취지는 택시 운전자의 고정급 비율을 높여 임금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소정근로시간):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가 단지 형식에 불과하거나 최저임금법과 같은 강행법규를 회피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해당 합의는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단체협약 중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규범적 부분)은 근로자의 근로계약 내용이 됩니다. 만약 새로운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이 무효라면, 종전 단체협약의 내용이 여전히 근로관계를 규율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51578 판결).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 제3항: 사용자는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정한 근로계약 부분은 무효가 되고, 그 부분은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최저임금액 산정을 위한 소정근로시간: 구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2018. 12. 31. 개정 전)에 따르면 월 단위 임금은 1개월의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누어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합니다. 2019년 1월 1일 이후 시행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는 1개월의 최저임금 적용기준 시간 수를 산정할 때 소정근로시간 수와 주휴시간을 합산하도록 규정합니다.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주휴수당): 사용자는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부여해야 합니다. 주휴수당은 소정근로에 대한 정기적 임금으로서 최저임금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됩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가 설정된 사업장의 사용자는 매년 1회 이상 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납입해야 합니다. 만약 부담금 납입액이 부족할 경우, 근로자는 퇴직일로부터 14일 이후 회사에 미납된 부담금액과 그에 대한 지연이자를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퇴직금 제도처럼 평균임금 재산정을 통해 추가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다207444 판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법률관계 당사자는 신의를 저버리는 방식으로 권리를 행사해서는 안 되지만, 단체협약 등이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 그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보려면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회사의 경영 악화나 예상치 못한 재정 부담 등으로는 신의칙 위반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6다9261, 9278 판결).
만약 택시 운전이나 유사한 형태의 유연한 근무 환경에서 임금을 받고 있다면 실제 근로 시간이 명확히 기록되고 이에 따라 임금이 적절히 산정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면, 실제 근무 형태나 업무량의 변화 없이 단순히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이러한 합의가 최저임금법과 같은 강행법규의 취지를 잠탈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1인 1차제와 같이 근무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운전자 자율에 맡겨지는 경우,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소정근로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근로계약 체결 시부터 명확한 근로 시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의 경우, 회사가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제대로 납입했는지 확인하고, 미납된 부분이 있다면 추가 납입과 그에 따른 지연이자를 청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