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원고 주식회사 A는 D에 고철을 판매했으나 D가 대금을 미지급하였습니다. D가 해산하자 원고는 D의 전 대표이사이자 청산인인 C와 감사이자 실질적 운영자인 B가 D의 자금을 횡령하거나 배임하여 D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고 원고의 채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11억 3천여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들이 직접 손해배상할 것을, 예비적으로는 D를 대신하여 피고들에게 부당이득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들의 횡령 및 배임 행위가 단정하기 어렵고 법률상 원인 없는 송금이라는 점을 원고가 증명하지 못했다며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10년경부터 2015년 말까지 주식회사 D에 고철을 판매해왔습니다. 그러나 D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의 고철 판매대금 1,631,348,050원을 미지급했습니다. 이후 D는 2018년 7월 5일 해산을 결의하고 등기했습니다. 원고는 2021년 6월 25일 D를 상대로 미지급 판매대금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고 이 판결은 2023년 1월 17일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D의 전 대표이사 C와 감사이자 실질적 운영자 B가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D의 자금 약 11억 3천만 원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제3자에게 송금하여 횡령 및 배임 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D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어 원고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다며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의 D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직접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예비적으로는 D의 피고들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채권 또는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식회사 D의 전 대표이사 및 실질적 운영자인 피고들이 D의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여 횡령하거나 배임 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행위로 인해 D의 자력이 악화되어 원고의 채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원고가 피고들의 송금 행위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증명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주식회사 D의 돈을 횡령하거나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피고들이 D의 계좌에 상당한 금액을 다시 송금한 내역이 있고 일부 송금은 대여금 변제, 급여 지급, 세무 기장료 지급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송금 내역이 법률상 원인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으며 부당이득 반환 청구에서 법률상 원인 없음을 증명할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피고들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고발되었으나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받은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두 가지 법리를 다루었습니다. 첫째, 채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 요건 (민법 제750조 관련 법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어 제3자에 의한 침해만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는 않지만, 제3자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로 채권의 실현을 방해하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위법성 판단 시 채권 내용, 침해 행위 양태, 침해자의 고의 등 주관적 사정과 거래 자유 보장, 공공의 이익, 당사자 이익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원고는 피고들의 횡령 및 배임 행위가 이 법리에 따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들의 행위가 횡령이나 배임으로 단정되기 어렵다고 보아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부당이득 반환청구 (민법 제741조)입니다.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특히 당사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급부를 한 후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은 부당이득 반환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즉,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자는 급부 행위의 원인이 된 사실과 그 사유가 무효, 취소, 해제 등으로 소멸되어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었음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D의 돈을 사적으로 유용하여 이득을 취하고 D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D가 피고들에게 부당이득 반환 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대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각 송금 내역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주장한 상법 제622조 제1항의 배임 책임에 대해서도 피고들의 횡령이나 배임 행위가 단정되지 않아 해당 법리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임원이나 실질적 운영자가 회사의 자금을 개인 계좌나 제3자 계좌로 송금한 경우, 이것이 법률상 원인 없는 행위이며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송금 내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송금의 구체적인 경위와 목적이 불법적이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반대로 임원들이 회사에 자금을 입금한 내역이 있다면 이는 횡령 주장을 반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복잡한 금전 거래의 경우, 모든 개별 거래의 경위를 소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철저한 회계 처리와 증빙 자료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해당 급부 행위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을 주장하는 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형사 절차에서 혐의없음 결정이 내려진 경우 민사 소송에서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반드시 동일한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