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원고 A사는 2010년부터 고철 수집 판매업체인 피고 B사와 고철 위탁판매 계약을 맺고 거래해왔습니다. 2012년에는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2015년 12월까지 고철 판매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피고 B사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원고 A사로부터 공급받은 고철 판매대금 1,631,348,050원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 A사는 피고 B사를 상대로 미지급된 고철 판매대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오랫동안 고철 위탁판매 거래를 해왔으나 2015년 말 거래를 중단한 후 피고가 원고에게 고철 판매대금 16억 원 이상을 미지급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피고는 이 금액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원고와 채무를 종결하기로 하는 부제소 약정을 했으며 원고의 채권이 소멸시효가 지나서 사라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고철 거래 관련 채권 채무 관계를 종결하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 약정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의 고철 판매대금 채권이 상사채권으로서 소멸시효 5년이 지나 소멸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의 일부 변제가 소멸시효 중단 사유인 채무 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B사가 원고 A사에게 미지급 고철 판매대금 1,631,348,050원과 이에 대해 2022년 2월 2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 B사가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주장한 부제소 약정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고 피고의 주장 자체로도 그 효력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소멸시효 항변에 대해서는 2015년 12월분 고철 판매대금의 경우 피고가 주장하는 소멸시효 기산일인 2015년 12월 31일에는 아직 대금의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아 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14년 1월분부터 2015년 11월분까지의 고철 판매대금 채권은 상사채권으로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으나 피고의 실질적 운영자가 2017년 3월 30일 원고에게 고철 판매대금 채무의 일부인 127,913,016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동일한 당사자 간에 여러 개의 금전 채무가 있을 때 채무자가 전체 채무액에 부족한 금액을 일부 변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기존의 여러 채무 전부에 대해 승인하고 변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피고의 일부 변제가 원고의 월별 고철 판매대금 채권 전부에 대해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발생시켰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멸시효 제도 (민법 제162조, 상법 제64조):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소멸되는 제도입니다.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인 상사채권은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일반 민사채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소멸시효의 기산일: 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됩니다. 특히 확정된 기한이 있는 채권은 그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시효가 진행됩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판단하는 변론주의 원칙을 따릅니다.
소멸시효의 중단 (민법 제168조 제3호): 소멸시효는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하는 행위에 의해 중단될 수 있습니다. 동일 당사자 간에 여러 개의 채무가 있는 경우 채무자가 전체 채무액에 부족한 금액을 일부 변제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여러 채무 전부에 대한 승인으로 보아 소멸시효 중단 효력이 발생합니다.
부제소 약정: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약정은 유효하려면 당사자 간의 명확한 의사 합치와 증거가 필요하며 약정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특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금전 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률을 정하는 법률로 이 판결에서는 연 12%의 지연손해금률이 적용되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상황에 대비하여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거래 계약 시 대금 지급 조건 지연 이자 채무 불이행 시 조치 사항 등을 계약서에 명확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부제소 약정이나 채무 면제 합의와 같은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고 당사자들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거래가 중단될 경우 미수금에 대한 정산 절차와 채권 관리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합니다. 채무자가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는 행위는 남은 채무 전체에 대해 승인한 것으로 간주되어 소멸시효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변제가 있었던 경우 소멸시효 기간 계산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소멸시효는 채권의 종류(상사채권 민사채권 등)에 따라 기간이 다르며 그 기산점 즉 소멸시효가 시작되는 날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확실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소멸시효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