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피고인 A는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성명불상자(F 대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채권설정 및 자동이체 등록을 위한 체크카드를 전달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대가를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행위로 보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한 절차의 일환으로 체크카드를 보낸 것이지 대가성이 있거나 대여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1월 8일 'G'라는 대부업체의 'F 대리'로부터 '연 6% 내지 16%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연락하여 대출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F 대리는 '전산 등록을 통한 채권설정 및 자동이체 납부가 되어야 대출 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고, 피고인이 동의하자 '대출금 2,000만 원, 60개월 상환, 연 금리 14%, 월납입금 465,365원'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대출 조건 합의 후 F 대리는 신분증, 계좌번호, 은행거래내역 등 서류를 요구했고, 피고인은 이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F 대리는 추가로 특정 은행의 1일 이체한도를 복원하고 이체내역을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구했으며, 갑자기 채권설정 및 자동이체 등록에 필요한 체크카드를 기사에게 전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F 대리는 대출 절차가 완료되면 대출계약서와 함께 체크카드를 등기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피고인은 F 대리의 요구에 따라 E은행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1장을 남편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를 대가를 약속하며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으로 보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이 대출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약속하며 접근매체(체크카드)를 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및 피고인에게 접근매체 대여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나 전제조건으로 체크카드를 보낸 것으로 보았고, 대출이라는 경제적 이익과 접근매체 대여가 직접적인 대가 관계에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대출 절차 완료 후 체크카드를 등기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타인이 체크카드를 임의로 사용하도록 허용하거나 용인하는 의사, 즉 접근매체 대여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은 대출 사기에 속은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전자금융거래법'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는 '누구든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주고받거나 약속하면서 다른 사람이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일시적으로 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가'는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것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접근매체 대여의 '고의'를 판단할 때, 접근매체를 건네주게 된 동기와 과정, 상대방과의 관계, 건넨 접근매체의 개수, 이후의 행동, 대출의 주체와 금액, 이자율, 대출금 수령 방식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만약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대출의 대가로 다른 사람이 그 접근매체를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허용했다고 볼 수 있다면 '접근매체 대여'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고의'도 인정됩니다. 그러나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건넨 경우라면, 다른 사람에게 접근매체를 마음대로 사용할 권한을 준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접근매체 대여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공소사실이 범죄로 증명되지 않았을 때 무죄를 선고하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나 통장을 요구하는 경우 이는 대출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은 대출 과정에서 채권설정이나 자동이체 등록을 이유로 체크카드 자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체크카드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어 금전적 피해를 입을 위험이 매우 큽니다. 대출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인지 확인하고,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만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사기범들은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접근매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의 신용 상태와 대출 조건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의심스러운 요구에는 절대 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체크카드를 빌려주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드가 범죄에 사용될 경우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