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체 선정 과정에서, 여러 업체가 동일한 최저 입찰가를 제시하자 무기명 평가를 통해 특정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구청장은 관련 지침에 따라 동일가격 입찰 시에는 추첨으로 결정해야 함에도 가산점수제를 적용하여 위법하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업체 선정 방식이 지침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입찰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시정명령으로 인해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구청장의 시정명령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1년 9월 7일 주택관리업체를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하기로 의결하고, 2011년 12월 22일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공고문에는 '동일가격 발생 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적격 업체를 선정하여 개별 통보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7개 업체가 이 입찰에 참여했으며, 모두 35,891,640원의 동일한 입찰가격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2012년 1월 7일 회장, 이사, 감사들이 무기명으로 각 업체의 설립연도, 회사 자금 보유 규모, 관리 점검 방문 및 교육 능력, 우수 인원 보유 능력, 하자 조사 및 관련 자문 능력 등을 평가하여 최고 점수를 받은 주식회사 G을 주택관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달서구청장은 2012년 6월 20일,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법 시행령 제52조 제4항 및 당시 유효했던 '구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12조 제2항(동일가격 입찰 시 추첨으로 결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자신들의 방식이 입주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정성을 도모한 것이므로 시정명령이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동일가격 입찰이 발생한 경우 추첨 대신 평가 방식으로 주택관리업체를 선정한 것이 관련 법령 및 지침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 위반을 이유로 한 구청장의 시정명령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한지 여부
법원은 피고(달서구청장)가 원고(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게 내린 시정명령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동일가격 입찰에 대한 추첨 의무 지침 위반은 인정했지만, 입주자대표회의의 자율성과 선정 과정의 실질적 공정성, 그리고 시정명령으로 인한 아파트 관리 공백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정명령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공동주택의 주택관리업자 선정은 주택법 제43조 제2항, 제3항, 제7항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하고, 주택법 시행령 제52조 제1항 및 제4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주택법 시행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구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12조 제2항은 동일가격으로 2인 이상이 입찰한 경우에는 추첨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령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집니다. 주택법 제91조에 의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법 또는 관련 명령·처분을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데, 이는 재량행위에 해당합니다. 재량행위라 할지라도 그 처분이 달성하려는 공익과 이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하여, 공익보다 사익 침해가 현저히 크다면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보아 위법한 처분이 될 수 있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관리업체 선정 시에는 국토교통부 고시로 정해진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동일가격 입찰이 발생했을 때의 낙찰자 결정 방식(원칙적으로 추첨)을 정확히 따라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지침 위반이 있었더라도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고, 행정처분으로 인해 공동주택 관리에 심각한 공백이나 불이익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면, 해당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기준을 적용할 경우, 그 기준과 평가 과정을 명확하게 문서화하고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비해야 합니다. 본 판례에서 인용된 지침은 2012년 개정 전의 것이므로, 현재는 최신 개정된 지침의 내용을 확인하고 따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