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원고 A와 B는 주식회사 E에 각각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E의 대표이사였던 D은 나중에 원고들에게 E의 채무를 자신이 연대하여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약속(확약서)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D이 이 약속을 하기 전에 이미 자신의 개인 부동산에 피고 C에게 빌린 돈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D의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자신들에게 빚을 갚는 것을 방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그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취소하고 등기를 말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 A와 B는 E 회사에 총 9천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E 회사의 대표 D은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나중에 자신이 직접 이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D은 이 약속을 하기 전에 이미 자신의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피고 C에게 4억 1천만 원을 빌리면서 채권최고액 7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원고들은 D이 자신들에게 빚을 갚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자신의 재산에 다른 사람에게 담보를 제공한 행위 때문에 자신들의 채권을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D의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없애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낸 상황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D이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원고 A와 B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원고들의 D에 대한 채권(D의 연대변제 약속)이 D의 근저당권 설정 이전에 발생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사해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채권이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과 예외적으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와 B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즉, D과 피고 C 사이에 체결된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취소하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달라는 원고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채권자취소권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채권(피보전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성립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D이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시점은 2021년 9월 8일인데, 원고들이 D에게 E의 채무를 연대하여 변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시점은 2022년 10월 20일로, 근저당권 설정 이후였습니다. 비록 원고들이 E에 돈을 빌려준 것은 근저당권 설정 이전이었지만, E와 별개의 법인격인 D이 E의 채무를 연대보증할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D의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원고들의 D에 대한 약정금 채권이 피보전채권으로 존재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해행위 취소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이 조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줄 알면서 자기 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도록 하는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D의 근저당권 설정 행위를 사해행위로 보고 그 취소를 구한 것입니다. 피보전채권의 성립 시기: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는 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채권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이미 성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피보전채권의 '고도의 개연성' 예외: 예외적으로 사해행위 당시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이미 발생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터 잡아 채권이 성립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채권이 현실화된 경우에도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D이 회사의 채무를 개인적으로 보증할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없었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기초적 법률관계의 내용, 채무자의 재산상태 변화, 채권 발생 빈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가 나의 채권을 해칠까 우려될 때, 해당 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나의 채권이 이미 확정적으로 존재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채무자가 법적으로 별개의 존재(예: 회사와 대표이사 개인)라면, 나중에 그 대표이사가 회사의 채무를 개인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더라도, 그 약속이 이루어지기 전에 대표이사가 개인 재산을 처분한 행위를 사해행위로 취소하기는 어렵습니다. 채권자취소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 당시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까다로운 요건입니다. 단순히 예상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개인과 법인 사이의 채무관계에서는 항상 채무의 주체가 누구인지, 누가 그 채무에 대해 책임을 지는지 명확히 하고 필요하다면 보증이나 담보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회사의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회사의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은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법적 효력이 발생하므로 시기적인 판단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