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는 피고와 SNS 마케팅 홍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홍보 용역을 제공했다며 미지급 홍보비 9,9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해당 계약이 대표이사 부재 시 행정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권한 없이 날인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계약 체결 권한 위임 사실이나 직원의 대리권에 대한 정당한 믿음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8년 11월 1일 피고 B 주식회사와 SNS 마케팅 홍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 12월, 2019년 1월, 2019년 3월 총 3개월에 걸쳐 홍보대행을 수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계약에 따라 월 3,3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씩 총 9,900만 원의 홍보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는 원고가 주장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계약서에 날인된 피고의 도장은 대표이사 부재 시 행정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D가 권한 없이 또는 권한을 넘어서 대표이사 인감을 날인한 것이며, 이는 D의 배임적인 무권대리 행위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에게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D가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 E로부터 계약서 작성 권한을 위임받았거나, 원고가 D에게 그와 같은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계약의 유효성을 피력했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직원이 회사의 명의로 계약서에 도장을 날인한 경우, 그 계약이 회사에 대해 유효한 효력을 가지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특히, 날인한 직원이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대리권을 가지고 있었는지, 혹은 상대방이 해당 직원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9,9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명의의 인영이 날인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날인한 피고의 직원 D가 당시 대표이사 E로부터 계약서 작성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D에게 계약 체결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계약이 피고의 의사에 기하여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이 계약을 전제로 피고에게 홍보비를 청구하는 것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문서의 진정성립 추정 및 무권대리에 관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1. 문서의 진정성립 추정 및 그 번복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등 참조) 법리 설명: 문서에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날인되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이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라 날인된 것이라고 사실상 추정됩니다. 이러한 추정이 인정되면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도 추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피고 B 주식회사) 이외의 자(직원 D)에 의해 이루어진 사실이 밝혀진 경우에는, 이 추정은 깨어집니다. 따라서 문서를 제출한 자(원고 A)는 그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원고가 직원 D가 피고의 대표이사로부터 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여 계약서의 진정성립 추정이 번복되었습니다.
2. 민법상 대리 및 무권대리 (민법 제130조, 제132조) 법리 설명: 대리권이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계약을 한 경우(무권대리), 그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사후 승인)하지 않으면 본인에 대해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130조). 본인이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하면 그 행위는 소급하여 유효하게 됩니다(민법 제133조). 이 사건에서 피고는 직원 D의 행위를 추인하지 않았고, 법원은 D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유효한 대리권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표현대리 (민법 제126조) 법리 설명: 만약 대리인에게 실제로는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상대방이 그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회사)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표현대리라고 합니다(민법 제126조). 이러한 정당한 이유는 계약 체결 당시의 상황, 대리인의 직위,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관계, 계약의 내용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원고가 직원 D에게 계약 체결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회사를 상대로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반드시 계약서에 날인된 인감의 진위와 더불어, 서명 또는 날인을 한 자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대리권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대표이사가 아닌 직원이 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해당 직원이 회사로부터 부여받은 명확한 위임장이나 관련 이사회 의사록 등 구체적인 권한 증빙 서류를 요구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직원이 회사의 사용인감을 소지하고 있거나 행정업무를 담당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약 체결 권한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그러한 믿음을 줄 만한 여러 상황과 증거가 필요하며, 단순히 계약 상대방을 믿었다는 주관적인 사유만으로는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계약 체결 전에는 해당 직원의 직위, 업무 범위, 회사의 내부 결재 시스템 등에 대한 충분한 확인 과정을 거쳐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