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인 건축공사업체 A는 피고인 건축설계업체 B와 대규모 건축물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1억 7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원고 A의 재정 악화로 용역 업무가 중단되자, 원고 A는 피고 B에게 합의해지 및 정산금 8,500만 원 또는 계약 이행률에 따른 6,381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본소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반면 피고 B는 용역 완료를 주장하며 잔금 1억 7천만 원을 요구하거나,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7,650만 원을 요구하는 반소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며, 합의해지 및 정산금 반환에 대한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피고의 용역 완료 주장 역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보았으나, 피고가 이미 받은 계약금 1억 7천만 원이 실제 수행한 용역의 가치인 1억 4,050만 원을 초과하므로 추가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원고와 피고의 모든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와 피고 주식회사 B는 2019년 11월 전남 화순군 소재 약 52,000평 토지에 대한 건축물 설계 등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계약 시 피고에게 1억 7천만 원을 지급했고, 피고는 2020년 3월 9일 마스터플랜 및 설계계획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2020년 3월 25일경 피고의 용역 업무가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계약 합의해지 및 지급받은 용역대금의 50%인 8,500만 원 반환을 주장하거나, 용역 이행률 15.17%에 해당하는 6,381만 원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반대로 피고는 마스터플랜 및 기본계획이 완료되었다며 잔여 용역대금 1억 7천만 원을 청구하거나,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기본계획 완성률 45%에 해당하는 7,650만 원을 요구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묻고 금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용역계약이 합의로 해지되었는지 여부, 합의해지되었다면 정산금 반환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계약이 합의 해지되지 않았을 경우 용역 중단의 책임 소재와 피고가 수행한 용역 업무의 이행률에 따른 대가는 얼마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가 제기한 본소 청구(합의해지에 따른 8,500만 원 또는 용역 이행률에 따른 6,381만 원 반환 요구)와 피고 주식회사 B가 제기한 반소 청구(마스터플랜 및 기본계획 완료에 따른 1억 7천만 원 지급 요구 또는 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 7,650만 원 지급 요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의 주장 중 계약 합의해지에 대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보았으며, 예비적 청구 근거로 제시한 계약 조항은 원고에게 용역대금 반환을 청구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의 주장 중 용역 완료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청구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는 인정되나, 피고가 이미 받은 1억 7천만 원이 실제 수행한 용역의 가치(마스터플랜 6,400만 원 + 기본계획 7,650만 원 = 총 1억 4,050만 원)를 이미 초과하여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양측의 모든 항소와 추가·확장 청구가 기각되었고,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와 피고 모두 자신의 주장을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미 지급된 1억 7천만 원의 용역대금은 피고가 수행한 용역의 가치에 상응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추가적인 정산이나 반환 없이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계약의 합의해지 법리, 용역계약서상의 특정 조항의 해석, 그리고 감정인의 감정 결과가 중요한 법적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계약의 합의해지 또는 합의해지는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같이 청약과 승낙이라는 상호 의사표시의 합치로 효력이 소멸하며, 묵시적으로도 가능하지만 계약 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 그리고 일부 이행된 경우 원상회복에 대한 의사가 일치해야 합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97338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합의해지 및 정산금 반환 합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는데, 이는 원고가 합의 이후에도 해지 및 정산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점과 정산금액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또한, 원고는 용역계약 제15조 제1항 '원고의 귀책사유로 용역 업무가 중단된 경우, 원고는 피고가 이미 수행한 용역 업무에 대하여 중단된 시점까지의 대가를 지불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대금 반환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 조항이 피고가 원고에게 대가를 청구할 근거이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근거는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피고의 용역 업무 중단이 원고의 재정상황 악화 등으로 인한 원고의 귀책사유로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피고의 반소 청구에서는 용역계약 제12조 제1항 제1호('원고가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여 피고의 업무가 중단되고 30일 이내에 이를 재개할 수 없다고 판단된 때') 및 제4호('원고가 피고의 업무수행상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피고의 업무수행이 곤란하게 된 경우')에 따라 원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원고가 피고의 추가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은 사실 등이 인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제1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감정인은 마스터플랜 업무 완성률 64% (대가 6,400만 원)와 기본계획 업무 완성률 45% (대가 7,650만 원)로 평가했는데, 이러한 감정 방법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보이지 않아 받아들여졌습니다(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1733 판결 등 참조). 결국 피고가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 1억 7천만 원이 실제 수행한 용역의 대가 합계 1억 4,050만 원을 초과하므로, 피고에게는 추가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유사한 용역 계약 분쟁을 겪을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계약 해지나 변경 시에는 반드시 그 내용과 정산 방식, 반환 금액 등을 서면으로 명확히 합의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는 추후 법적 분쟁 시 입증이 매우 어렵습니다. 둘째, 용역 계약서에 업무의 구체적인 범위, 각 단계별 완료 기준, 대금 지급 조건, 그리고 계약 해지 시의 정산 및 손해배상 기준을 상세하게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부분 이행에 대한 정산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분쟁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업무 중단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사유가 누구의 책임에 해당하는지 분명히 하고, 필요한 자료 요청이나 업무 진행 상황에 대한 기록 등 관련 증거를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합니다. 넷째, 전문가의 감정은 용역 이행률이나 손해액을 산정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감정 결과의 내용과 산정 방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이 실제 수행된 용역의 가치를 초과하는 경우,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