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 A가 고흥군에 10억 원 상당의 독립운동가 유물 6점을 매도한 후, 유물의 진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흥군으로부터 나머지 매매대금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기지급된 매매대금의 반환 소송에 휘말리게 된 상황입니다. 이에 원고들은 유물 재감정을 주도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고흥군 소속 공무원 피고 C와 D가 허위 정보를 유포하여 자신들의 신용을 훼손하고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주었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들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5년 고흥군과 독립운동가 유물 6점(H 유묵 등)을 10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4억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그러나 유물의 진위 논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고흥군은 나머지 6억 원의 매매대금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고흥군을 상대로 매매대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심에서 고흥군의 취소 또는 해제 의사표시에 의해 계약이 취소/해제되었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현재 대법원 상고심 진행 중). 또한 고흥군은 원고 A에게 기지급된 4억 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현재 항소심 진행 중).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피고 C는 H 유묵의 재감정을 의뢰했고, 피고 D은 관련 소송의 항소심 선고 후 고흥군 홈페이지에 H 유묵이 '가짜로 판결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게시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피고들의 행위로 인해 신용을 잃고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겪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고흥군 소속 공무원인 피고들이 유물 진위 논란 과정에서 재감정을 의뢰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가 원고들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위법한 행위인지 여부입니다. 특히, 공무원으로서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C가 H 유묵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한 행위나 피고 D이 보도자료를 게시한 행위가 당시 진행 중이던 유물 진위 논란 및 관련 소송 경과,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다른 감정기관들의 감정 결과(위작 판정 또는 진위감정 불능)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되는 불법행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사건입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위법행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며, 특히 공무원의 직무상 행위에 대해서는 그 위법성 판단이 신중하게 이루어집니다. 법원은 피고 C의 재감정 의뢰 행위에 대해 유물 진위 논란이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최초 감정위원의 의견 번복, 다른 감정촉탁 결과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으로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정당한 직무 수행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 D의 보도자료 게시 행위 역시 관련 소송의 진행 경과와 여러 차례의 감정평가 결과를 종합할 때, 단순히 특정인의 주장을 허위로 유포한 것이 아니라 공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행위로 보아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공무원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원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법령을 위반하거나 직무상 의무를 해태한 위법한 행위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입니다.
공무원의 직무상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해당 행위가 명백히 법규를 위반하거나,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 현저히 불합리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행위의 결과가 누군가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해서 위법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진위 논란 등 사실관계 다툼이 있는 사안에 대한 공공기관의 조사, 감정 의뢰, 또는 공표 행위는 공익적 목적과 관련하여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는 공무원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볼 때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했거나, 정당한 권한을 남용한 것임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