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사회복지법인 A가 운영하던 어린이집이 보조금 횡령으로 폐쇄 명령을 받자, 법인은 기존 시설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전라북도지사는 이를 거부했고, 법인은 이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인은 거부 처분 시 근거와 이유 제시가 불충분하여 행정절차법을 위반했으며, 정관 변경 인가를 거부한 것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거부 처분의 이유와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었고, 사회복지법인의 설립 목적과 과거 위법 행위, 그리고 새로운 사업 운영의 문제점 등을 고려할 때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 없다고 판단하여 법인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A가 운영하던 B어린이집은 보조금 횡령으로 인해 2019년 10월 26일 전주시로부터 시설 폐쇄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법인은 기존의 보육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워지자, 동일한 시설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전라북도지사에게 정관 변경 인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전라북도지사는 법인의 과거 위법 행위와 새로운 사업 추진의 적정성 등을 이유로 2020년 3월 6일 정관 변경 인가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사회복지법인 A는 전라북도지사의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전라북도지사가 사회복지법인 A의 정관 변경 인가 신청을 거부한 처분이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처분 근거와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하여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정관 변경 인가 여부가 주무관청의 재량에 속하는 행위인바, 전라북도지사의 거부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인 사회복지법인 A의 항소를 기각하며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전라북도지사의 정관 변경 인가 거부 처분이 적법하다는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입니다.
법원은 첫째, 정관 변경 인가 거부 처분 시 비록 공표되지 않은 허가기준이 일부 언급되었지만, 사회복지사업법과 관련 관리 안내, 그리고 처분서에 명시된 구체적인 사유를 통해 원고가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므로 행정절차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사회복지법인의 정관 변경 인가 여부는 주무관청의 재량에 속하며, 원고 법인이 운영하려던 지역아동센터가 폐쇄된 어린이집과 동일한 시설에서 운영될 예정이어서 기존 설립 목적에 반하고, 보조금 횡령으로 인한 시설 폐쇄 명령 등 사회복지사업법상 법인 설립허가 취소 사유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목적 사업의 확대는 무분별한 운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거부 처분에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처분의 이유 제시 의무): 행정청이 어떤 처분을 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고, 처분을 받는 당사자가 불복 절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처분서의 기재 내용, 관련 법령, 그리고 처분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종합적으로 보아 당사자가 거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처분서에 구체적인 규정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위법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전라북도지사는 사회복지사업법, 2020 사회복지법인 관리안내 및 시설폐쇄 사유 등을 명확히 밝혀 원고가 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 사회복지법인이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등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주무관청은 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운영하던 어린이집이 보조금 횡령으로 폐쇄되어 법인의 주된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진 상황은 바로 이 조항에서 정하는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 사유가 발생했다는 점은 정관 변경 인가 심사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영유아보육법 제16조 (어린이집 설치·운영의 제한): 보조금 횡령 등 특정 사유로 어린이집의 폐쇄 명령을 받은 경우, 그 명령을 받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다시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입니다. 원고가 폐쇄된 어린이집 시설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려 했던 상황에서, 이 규정은 기존 보육사업을 바로 재개하기 어렵게 만드는 법적 장애가 됩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이 영유아보육법의 취지를 잠탈하거나 무분별한 사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의 원칙: 행정청이 법령에 따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행위(재량행위)에 대해 법원은 행정청의 독자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대신, 행정청이 재량권의 범위나 한계를 벗어나거나 남용했는지 여부만을 심사합니다. 이때 사실 오인 여부, 비례의 원칙(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균형), 평등의 원칙 위배 여부, 처분의 목적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전라북도지사가 법인의 과거 위법 행위, 설립 목적과의 부합 여부, 그리고 공공성 확보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관 변경을 불허한 것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사회복지법인의 목적 사업 변경: 사회복지법인이 주된 목적 사업을 변경하거나 추가하고자 할 때에는 기존의 설립 목적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사업이 법인의 공공성과 사회복지사업의 취지에 맞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과거 위법 행위의 영향: 보조금 횡령과 같은 중대한 위법 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이는 정관 변경 인가 등 향후 행정청의 허가나 인가 심사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위법 행위가 있다면 더욱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됩니다.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 사회복지법인의 정관 변경 인가는 주무관청의 광범위한 재량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청은 법인의 공공성, 운영의 적정성, 복지 서비스의 질 향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므로, 단순히 법적 근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시설의 용도를 변경하는 신청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설립 목적과의 일관성 유지: 법인의 정관에 명시된 설립 목적은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기존 설립 목적과의 연속성이나 부합성을 확보해야 하며, 기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려 할 경우 인가가 거부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