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통한 병원 설립 및 운영, 요양급여 편취 혐의 무죄 판결

이 사건은 비의료인인 피고인 A과 그의 처남인 피고인 B이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한방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에서는 피고인들의 자백과 보강증거를 바탕으로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A에게 징역 2년 6개월,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했다고 보기 위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의료법인 C의 실질적인 대표이자 비의료인입니다.
• 피고인 B: 피고인 A의 처남으로, 의료법인 C의 이사장이자 비의료인입니다.
• 의료법인 C: 피고인 A과 B가 설립한 의료법인입니다.
• J한방병원: 의료법인 C 명의로 개설·운영된 한방병원입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피고인들이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했다고 주장된 피해자입니다.

분쟁 상황

비의료인인 피고인 A과 B는 의료법인 C를 설립하고, 그 명의로 J한방병원을 개설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의료법인 설립 과정에서 재산 출연을 가장하고, 발기인 회의록 등을 허위로 작성했으며, 법인의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실질적으로는 피고인들이 영리 목적으로 병원을 개설·운영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된 병원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8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209회에 걸쳐 약 44억 6천만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편취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비의료인인 피고인들이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함으로써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의료법 위반을 전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약 44억 6천만 원을 편취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과 피고인 B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춘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했다는 사정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고, 이를 전제로 한 사기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법 제33조 제2항: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으며, 의료기관은 의료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등이 아니면 개설할 수 없다." 이 조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여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2.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형법상 사기죄의 특별법으로서, 사기 범행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가중 처벌하는 법률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법 위반을 전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편취했다는 혐의가 적용되었습니다.
3.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 이때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주요 사정으로는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 출연 없이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공공성·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등이 해당됩니다.
   • 그러나 단순히 의료법인 설립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했다는 정황만으로는 곧바로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하자나 유출의 정도,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려는 비의료인이나 의료법인 관계자들은 다음 사항을 참고해야 합니다.

1. 의료법인의 공공성 및 비영리성 유지: 의료법인은 그 설립 목적에 따라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법인의 재산이 사적으로 유용되거나 개인의 영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투명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2. 재산 출연의 실질성: 의료법인 설립 시 기본재산 및 보통재산의 출연은 실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형식적인 가장납입은 추후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나, 본 판례에서처럼 일부 보통재산의 가장납입이더라도 전체 출연액과 병원 운영에 미친 영향, 이후 실질적인 운영자금의 출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반 여부가 판단될 수 있습니다.
3. 법인 자금 관리의 투명성: 법인 계좌와 개인 계좌 간의 자금 흐름은 명확하게 회계 처리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하거나 법인의 자금을 유출하는 행위는 오해를 살 수 있으며, 엄격한 증명이 요구됩니다.
4. 설립 과정의 정당성: 발기인 구성, 회의록 작성 등 의료법인 설립 절차는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본 판례에서 보듯이 설립 과정에 일부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의료법인 자체가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5. 비의료인의 역할: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운영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역할이 의료법인을 개인 소유 지배 구조로 만들고,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을 훼손하여 사실상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될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