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생산 설비 폭발 사고 책임자들의 과실 판단 사건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시스템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인해 업무상과실폭발성물건파열,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에서 설계 책임자 A, 총괄 책임자 B, 운영 책임자 D는 유죄, 실무자 C는 유죄(집행유예), 안전관리자 E, F, G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항소심에서 피고인 A, B, D 및 검사가 항소하였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C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나머지 피고인 A, B, D의 항소와 피고인 E, F, G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어 원심의 판단이 유지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A, B, D는 유죄, C, E, F, G는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수전해시스템 설계 및 개발 참여기관 K 소속으로 전력공급장치 설계 및 정제기 미설치 등 폭발 사고와 관련된 설계 및 시운전 부분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 피고인 B: 주관기관 I 소속 이 사건 개발사업의 총괄책임자로 수소 내 산소 농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가동 중단 등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 피고인 C: 주관기관 I 소속 이 사건 개발사업의 실무자로 수소 내 산소 농도의 위험성을 인식했으나 가동 중단을 건의할 권한이나 능력이 없어 업무상 과실이 부정되어 무죄 선고되었습니다.
• 피고인 D: 수전해시스템 제작 및 시운전 참여기관 L 소속으로 수전해시스템 설치, 운용 관련 책임자로서 수소 내 산소 농도 측정 및 안전장비 설치 등 안전 조치를 다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 피고인 E, F, G: 재단법인 O 소속으로 고압가스 안전관리자로 선임되었으나, O가 실질적인 고압가스 제조자가 아니므로 이들에게 안전관리법상 의무가 없다고 판단되어 무죄 선고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은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소 형태로 저장하고 연료로 사용하는 대규모 수소 생산 및 저장 개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된 것입니다. 참여기관 K의 피고인 A는 수전해시스템을 설계했고, 참여기관 L의 피고인 D는 시스템 제작 및 시운전을 담당했습니다. 주관기관 I의 피고인 B는 사업 총괄책임자였으며 피고인 C는 실무자였습니다. 재단법인 O는 실증사이트 부지를 제공하고 형식적으로 고압가스 제조 허가를 받았으며 그 소속인 E, F, G가 안전관리자로 선임되었습니다. 수전해시스템은 석면 소재 분리막을 사용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시스템보다 산소의 크로스오버(교차 유입)가 많아 수소 내 산소 농도를 유지하기 위한 높은 운전전류밀도가 필요했습니다. 설계자인 A는 전력공급장치 설계 및 정제기 미설치에 과실이 있었고 운영 책임자인 D는 안전장비 설치 및 수소 순도 확인 등 조치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총괄 책임자인 B는 수소 내 산소 농도가 3%로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정량 목표 달성을 위해 가동 중단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과실로 인해 수소탱크 내 수소 내 산소 농도가 폭발 가능한 범위에 이르러 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었으며 합계 39,287,100,000원 상당의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수전해시스템 설계자가 전력공급장치 설계와 정제기 설치와 관련하여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2. 수소 생산 시스템 운영 책임자가 수소 내 산소 농도 상승에 따른 폭발 위험성을 인지하고 적절한 안전 조치(가동 중단 등)를 취할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
3.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 수소 내 산소 농도 증가에 의한 화학적 폭발인지 아니면 다른 미상의 원인인지.
4. 각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폭발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5. 안전관리자로 선임된 자들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상 의무를 부담하는 고압가스 제조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이들의 주의의무 범위.
6. 실무자가 위험을 인지했더라도 실제 가동 중단 등 조치를 할 권한이나 능력이 없을 경우 그에게 업무상 과실 책임이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중 피고인 C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 B, D의 항소 및 피고인 E, F, G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 A, B, D는 원심과 같이 유죄 판결(각 금고 2년, 금고 1년 6월, 금고 2년 6월)이 유지되었고 피고인 C은 무죄로 확정되었으며 피고인 E, F, G 또한 무죄로 확정되었습니다.

결론

수전해시스템 폭발 사고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설계 책임자 A, 총괄 책임자 B, 운영 책임자 D에게는 업무상 과실과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원심의 유죄 및 형량이 유지되었습니다. 이들은 극인화성 물질인 수소를 다루는 사업에서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전문가 조언을 받아들였어야 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재(人災)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실무자 C의 경우 수소 내 산소 농도 위험성을 인식했더라도 가동 중단을 건의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운행 중단을 이끌어낼 지위나 권한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형식적으로 고압가스 제조 인허가를 받은 재단법인 O의 안전관리자로 선임된 E, F, G는 실질적인 고압가스 제조자가 아니었으므로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상 의무가 없다고 보아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이는 각자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실제 조치 가능성 여부가 형사 책임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을 보여줍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폭발성물건파열 (형법 제172조의2, 제268조):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여 폭발성 물건을 파열하게 하거나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수전해시스템 설계, 제작, 운용 및 총괄 관리 과정에서의 안전 관리 의무 위반이 '업무상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2. 주의의무 및 안전배려의무: 법원은 극인화성 물질인 수소를 다루는 사업에서 관계자들에게 안전에 최우선을 두어야 할 '주의의무' 및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의미하며 특히 전문가의 조언이나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행위는 과실로 판단되었습니다.
3. 상당인과관계: 특정인의 과실 행위가 사고 발생의 유일한 원인이 아닐지라도 그 과실이 없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A, B, D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고를 초래했다고 보아 인과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4.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제4조 제1항 (고압가스 제조 등의 허가), 제15조 (안전관리자의 선임): 고압가스를 제조하려는 자는 허가를 받아야 하고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재단법인 O가 형식적으로 허가 주체였을 뿐 실질적인 제조자가 아니라고 보아 O 소속 안전관리자들에게 법률상 의무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는 법률 적용에 있어 실질적인 지배 및 관리 여부가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5.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피고인 C의 경우 위험을 인지했더라도 실제 가동 중단이라는 중대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그의 행위가 사고 발생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는 형사 책임이 개인의 '행위 능력'과 '지위에서 오는 권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6. 작위의무: 법은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땅히 해야 할 행위(작위)를 규정하거나 사회통념상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소 생산 설비 운영자는 폭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작위의무를 가지며 이를 위반하여 가동을 중단하지 않은 행위는 과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안전 최우선 원칙: 극인화성 물질 등 위험성이 높은 신기술 개발 및 운영 사업에서는 인명 피해 방지를 위한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어야 합니다. 사업의 목표 달성보다 안전 확보가 중요합니다.
2. 설계 단계부터 안전 고려: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잠재적 위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예: 불규칙한 전력 공급)에서도 안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안전에 필수적인 장치(예: 정제기, 산소 제거기)는 반드시 포함하고 그 필요성을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3. 전문가 조언의 중요성: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안전 관련 조언이나 위험 경고는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수소 내 산소 농도 3% 검출과 같은 명확한 위험 신호가 있을 때는 즉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4. 역할과 책임의 명확화: 여러 기관이나 개인이 협력하는 사업의 경우 각자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특히 안전 관리와 관련하여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에 대한 권한과 의무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5. 실무자의 한계 인식: 실무자는 위험을 인지하더라도 실제 가동 중단 등 중대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나 능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급 관리자나 총괄 책임자는 실무자의 보고를 신중하게 듣고 적절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6. 위험 인지 및 대응 시스템 구축: 수소 순도 측정 및 모니터링 시스템 등 안전 장비를 반드시 설치하여 위험 상황을 사전에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시운전 과정에서도 최저 전력이나 변동하는 전력 조건에서 안전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7. 법적 책임의 범위: 형식적으로 특정 의무를 부여받았더라도 실제 해당 업무를 수행할 물적, 인적 능력이 없거나 실질적인 지배권이 없는 경우 법적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상 제조자 해당 여부가 좋은 예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