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도주
피고인 A는 4.5톤 화물차량을 운전하던 중 차선 변경 과정에서 승용차와 경미한 접촉사고를 일으켰고,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사고의 경미성과 교통에 미친 영향이 없음을 고려하고, 피고인이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가 2020년 6월 23일 07시 13분경 충북 진천군 C 앞 도로에서 4.5톤 화물차량을 운전하던 중 2차로에서 1차로로 차선 변경을 하다가, 1차로로 주행 중이던 피해자 E의 승용차량 우측 사이드 미러와 우측 앞바퀴 윗부분을 화물차량 좌측 뒷범퍼로 충격하여 승용차량에 수리비 685,888원 상당의 재물 손괴를 일으킨 뒤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이탈했다고 공소된 상황입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사고 발생 시 조치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와 피고인이 사고를 인지하고도 현장을 이탈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A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
법원은 이 사건 접촉사고로 인해 도로에 교통상의 위험이나 장애가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피고인이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사고후 미조치의 고의를 가질 동기도 없다고 판단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사고 발생 시의 조치): 이 조항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 사상자 구호, 현장 이탈 방지, 2차 사고 방지 및 재산 손괴 사실을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이 조항의 취지가 '도로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여 교통의 안전하고 원활한 흐름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명시하며,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님'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사고로 인해 도로상에 위험이나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고 교통 흐름에 지장이 없었다면, 이 조항에 따른 적극적인 조치 의무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사고 당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거나, 사고 후 미조치의 고의를 가지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된 것입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의 공시): 무죄 판결의 경우 그 요지를 공시할 수 있으나, 단서 조항에 따라 피고인의 명예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공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이 단서 조항에 따라 무죄 판결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의 경위, 피해 정도, 교통 흐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 후 조치 의무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경미한 접촉사고의 경우에도 교통상의 위험이나 장애를 발생시켰다면 도로교통법상 조치 의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상대방 차량의 손상 정도나 주변 CCTV 등을 통해 사고 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영업용 보험 가입 여부나 음주운전 등 불법 행위 여부는 사고 후 미조치 고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