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원고와 피고는 물품대금 4,480만 원의 지급 채무를 면제하는 대신 피고가 정기 결재를 준수하고 원고와 공존, 공생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이후 물품대금 결재일을 두 차례 어기고 물품 발주를 중단하자 면제했던 물품대금의 반환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 면제 합의의 조건이 특정 기간에 한정된 것으로 보고 '공존, 공생'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18년경부터 2019년 11월경까지 피고에게 부품을 납품했습니다. 2019년 11월 26일 원고와 피고는 미지급 물품대금 4,480만 원(부가세 별도)을 면제하는 합의를 했습니다. 이 합의에는 피고가 2019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에서 면제금을 분할 공제하는 조건과 함께, 피고가 정기 결재를 준수하고 결재일 미이행 시 면제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2020년 2월 20일 피고는 원고와 공존, 공생하며 불이행 시 면제금을 반환하겠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2020년 2월 28일 공급된 물품 대금을 결재일(2020년 4월 15일)보다 늦은 2020년 4월 20일에, 2020년 7월 31일 공급된 물품 대금을 결재일(2020년 8월 30일)보다 늦은 2020년 10월 13일에 결재했습니다. 원고는 결재 지연이 있을 때마다 면제금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으나 피고의 요청으로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2021년 9월경 이후로 원고에게 물품 발주를 중단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면제 합의 및 이행각서의 조건을 위반했으므로 면제했던 물품대금 49,280,000원(부가세 포함)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물품대금 결재일을 어기고 원고에게 물품 발주를 중단한 행위가 기존에 합의했던 채무 면제 조건(정기 결재 준수 및 공존 공생)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 면제된 물품대금 49,280,000원을 반환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면제 합의 당시 약속된 '정기 결재 준수' 조건이 2019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의 물품 대금 결재에 한정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또한 2020년 2월 이후의 결재 지연에 대해 채무 면제금이 반환되어야 한다는 명시적인 문언이 없으며 원고가 세금계산서 발행을 취소했던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공존, 공생'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에 불과하고 피고가 물품 발주를 중단한 것만으로는 약속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계약의 내용은 당사자가 그 표시 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확정해야 합니다. 문언의 의미가 불분명하거나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거래 관행, 당사자의 의사, 계약 체결 경위,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정기 결재 준수'라는 문구를 2019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의 결재로 한정하여 해석하였고 그 이후의 결재 지연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반환 약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채무 면제의 합의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단독 행위이지만 이 사건에서는 채무 면제와 더불어 그 조건을 약정한 계약의 성격을 가집니다. 조건부 채무 면제의 경우 조건의 성취 여부와 조건 불성취 시의 법적 효과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존, 공생'과 같은 도덕적, 윤리적 약속은 법적인 강제력이 있는 계약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 구속력을 가지려면 구체적인 의무와 권리가 명시되어야 하며 법원은 이를 '신사협정'으로 보아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계약 시 약정 내용과 조건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특히 채무 면제와 같은 중요한 사항은 조건 불이행 시 발생할 법적 효과(예: 면제금 반환 의무 발생)를 정확히 명시해야 합니다. '정기 결재 준수'나 '공존 공생'과 같은 포괄적인 문구는 법적 구속력이 약하거나 해석의 여지가 많으므로 특정 기간, 금액,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재 지연이나 발주 중단 등 계약 불이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이의 제기나 조치를 명확히 하고 상대방의 요청으로 기존 조치를 철회하는 경우 그 근거나 향후 조치 방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의서나 각서 작성 시 내용이 상호 모순되거나 불분명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어떤 행위가 계약 위반이며 그에 따른 결과는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