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재개발
원고인 하수급인 주식회사 A는 피고인 원사업자 주식회사 C로부터 E 공사 및 G 공사의 하도급대금 중 57,180,000원을 지급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발주자들과 원고 사이에 하도급대금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직불합의'가 있었으므로 자신들의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직불합의가 하도급법상 면책적 채무인수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별도의 면책적 채무인수라고 인정할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하도급대금 57,18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D 외 2인과 F은 각각 주식회사 C에게 공동주택 신축 공사를 도급했습니다. 주식회사 C는 다시 원고인 주식회사 A에게 해당 공사들 중 일부를 하도급했습니다. 원고는 하도급받은 공사를 모두 완료했으나, 피고인 주식회사 C로부터 총 하도급대금 중 57,180,000원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 피고, 그리고 발주자들은 하도급대금을 발주자가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직불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피고는 이 직불합의를 근거로 자신들의 하도급대금 지급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발주자와 원사업자 그리고 하수급인 간에 이루어진 '직불합의'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면책적 채무인수에 해당하는지, 또는 하도급법과 무관하게 별도의 면책적 채무인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 중 원고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57,18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2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으며, 소송의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와 피고 그리고 발주자들 간의 직불합의가 피고의 채무를 면제하는 면책적 채무인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피고로부터 미지급 하도급대금 57,18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률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입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는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간에 하도급대금을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한 경우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와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 내에서 소멸하는 효과, 즉 면책적 채무인수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하도급법상 직불합의가 성립하려면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만으로는 부족하며, 발주자가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 3자 간에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하수급인(수급사업자)이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자'에 해당하고, 원사업자가 하도급법상 적용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한편,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은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한 경우에만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 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소멸한다고 규정하여, 하도급법상 직불합의와는 그 효과 발생 시점이 다릅니다. 하도급법은 합의만으로 채무 소멸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건설산업기본법은 실제 지급이 이루어져야 채무 소멸 효과가 발생합니다.
계약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면, 법원은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그리고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합니다.
채무인수가 '면책적'인지 '중첩적'인지 불분명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첩적 채무인수'로 보는 것이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면책적 채무인수'를 주장하는 측이 그 입증 책임을 부담하며, 면책적 채무인수로 인정되려면 원사업자의 채무가 소멸한다는 명확한 문구가 있거나, 하수급인이 원사업자의 채무를 면제해 줄 만한 경제적 동기나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야 합니다.
직불합의 시에는 합의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명확하게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직접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는 면책적 채무인수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며,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는 명확한 문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아 면책적 직불합의의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법에서 정한 요건(중소기업자 여부, 매출액 기준 등)을 충족하는지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직불합의서에 원사업자의 채무 면제 여부가 명확히 기재되지 않았다면, 법원은 이를 중첩적 채무인수로 해석하여 원사업자 또한 채무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수급인 입장에서는 직불합의 이후 발주자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을 경우, 직불합의의 성격(면책적 또는 중첩적)을 명확히 판단하고 원사업자에게도 대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면책적 채무인수로 인정받으려면 원사업자의 채무를 면제해 줄 만한 하수급인의 합리적인 경제적 동기나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