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국립공원 내 유선장 사업의 공동 허가 명의자가 변경된 것에 대해 기존 명의자들이 불복하여 변경 허가 취소를 요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한 사례입니다. 1988년부터 유선사업을 해오던 H는 D어촌계와 유선시설 지분을 약정했고, 1999년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유선업주 4명과 D어촌계 측 4명(원고 A, B 포함) 총 8명이 공동명의로 공원사업시행허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D어촌계는 총회 결의를 통해 원고 A, B 등이 명의신탁 관계를 해지하고 새로운 어촌계 대표들로 명의를 변경하겠다고 피고(국립공원공단)에 통보했습니다. 관련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은 원고 A, B 등이 D어촌계의 의사에 따라 명의변경 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으며, 이미 조합원 지위를 상실했다고 확정 판결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 D어촌계는 2020년 다시 총회를 거쳐 명의자를 E, F 등으로 변경하기로 결의했고, 피고 국립공원공단은 이를 승인하여 명의변경 허가를 내주었습니다. 원고들(A, B, C)은 이 명의변경 허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이 유선장 사업의 허가명의자를 변경한 행정처분이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명의 변경 전 허가 명의자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명의변경이 행정청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또는 기존 허가 명의자들의 신뢰를 침해하는 것인지 등이 법정에서 다뤄졌습니다. 또한, 과거 대법원 판결을 통해 기존 명의자들의 조합원 지위 상실이 확정된 것이 이번 행정처분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즉, 국립공원공단이 내린 유선장 사업 명의 변경 허가는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 행사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최초 허가 신청 당시 원고 A, B가 D어촌계의 어촌계장 및 계원으로서 공동명의에 참여했으며, D어촌계의 의사에 따라 명의변경 절차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는 '위임 유사 약정'을 맺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유선업주들(원고 C 포함)도 D어촌계의 의사에 따라 조합원 지위 변동에 대해 포괄적, 사전적으로 동의하고 명의변경 절차에 협조할 의무를 약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 A, B는 이미 대법원 판결로 2001년 9월 10일 자 D어촌계의 의사표시에 의해 조합원 지위를 상실했으므로, 명의 변경 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고 국립공원공단의 명의변경 처분은 실체법적으로 변경된 조합원 지위에 부합하도록 명의자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재량권 불행사나 재량권 일탈·남용의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허가 공동명의자 변경 신청은 합유재산에 대한 보존행위로서 각 조합원이 할 수 있으며(민법 제272조 단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어떠한 공적 견해를 표명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연공원법 (구법 포함) 제22조 (공원사업 시행의 허가): 이 조항은 국립공원 내에서 공원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함을 규정하며, 이 사건 허가 및 변경허가의 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해당 법률은 공원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목표로 하며, 사업 시행자의 자격 및 허가 절차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피고 국립공원공단은 이 법률에 근거하여 유선장 사업 시행 허가 및 그 명의 변경을 처리했습니다.
민법 제272조 (합유물의 처분, 변경과 보존): '합유물을 보존함에 있어서는 합유자 각자가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은 이 사건에서 중요한 법리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허가 명의의 공동명의 관계가 조합체로서 합유 관계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조합원 변경에 따른 허가 명의 변경 신청은 합유재산에 대한 보존행위로서 각 합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민법 제2조):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최초 허가 신청 시 D어촌계의 대표 또는 계원으로서 명의변경 절차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위임 유사 약정'을 맺었고, 이에 대한 신뢰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 변경 처분을 다투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제공한 경우, 그 신뢰에 반하는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을 때 적용됩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 원칙 (행정법 일반 원칙): 행정기관이 법률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할 때, 그 한계를 벗어나거나 목적에 맞지 않게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의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의 명의변경 처분이 실체법적으로 변경된 조합원 지위에 부합하도록 명의자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재량권을 위법하게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법 일반 원칙): 행정기관이 특정한 개인에게 적법한 선행 조치나 공적인 견해를 표명하여 그 개인이 이를 신뢰하고 어떤 행위를 했을 때, 행정기관은 그 신뢰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명의변경에 대해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특정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