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고인 A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피해자 B에게 "친정 엄마 병원비" 등 명목으로 총 2천7백여만 원을 빌린 뒤 생활비로 사용하고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알고 있었고, 오랜 기간 소액의 돈을 빌려주고 일부는 변제받는 거래를 반복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돈을 빌릴 당시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며 사기죄의 핵심인 편취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0년 10월 25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피해자 B에게 총 73회에 걸쳐 2천7백1십5만8천5백40원(민사 판결에서는 3천6백8십1만2천원 중 1천5백7십만2천9백2십9원 변제받았음을 인정)을 빌렸습니다. 피고인은 돈을 빌릴 당시 "친정 엄마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당시 신용불량자로서 일정한 직업이 없어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돈을 편취했다고 주장하며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이 돈을 빌릴 당시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돈을 빌려 편취하려 했다는 '편취의 범의'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지속된 금전 거래, 부분적인 변제 이력, 피해자가 피고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등이 사기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 요지를 공시한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사실은 인정했으나, 사기죄의 핵심인 '편취의 범의', 즉 돈을 빌릴 때부터 갚을 생각이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가로채려 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오랜 관계, 여러 차례에 걸친 소액의 금전 대여 및 일부 변제 사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 증명이 없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사기죄의 '편취의 범의' 판단 기준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등):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돈을 빌릴 당시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돈을 빌려 피해자를 속이려 한 '편취의 범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피고인이 이를 자백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돈을 빌리기 전후 피고인의 재산 상태, 사회적 환경, 돈을 빌린 구체적인 내용, 돈을 갚기 위한 노력 과정, 돈을 빌려준 사람과의 관계 등 여러 객관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이 '범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 소비대차 거래에서의 편취의 범의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등): 돈을 빌려주는 사람(대주)과 돈을 빌리는 사람(차주) 사이에 이미 친분 관계나 지속적인 거래 관계가 있었고, 대주가 차주의 재정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 변제 의사나 능력, 차용 조건 등 돈을 빌릴지 말지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명백한 허위 사실을 말하지 않은 이상, 나중에 돈을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차주에게 사기죄의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B가 피고인 A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알고 있었고, 오랜 기간 금전 거래를 지속했다는 점이 이 법리에 따라 고려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재판 결과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을 때, 즉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에게 사기죄의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 요지 공시):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 법원은 피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판결의 요지(주요 내용)를 공시할 수 있습니다.
• 장기간 반복된 소액 거래: 돈을 빌려주고 갚는 행위가 장기간 소액으로 반복되었다면, 단순히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생활고로 인한 어려움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 대주와 차주의 관계 및 신용 인지 여부: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빌리는 사람의 어려운 경제 사정이나 신용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 돈을 빌리는 사람이 변제 능력에 대해 특별히 허위 사실을 말하지 않은 이상 사기죄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변제 의사 및 능력 판단: 사기죄의 '편취의 범의'는 돈을 빌릴 당시의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빌린 사람의 재력, 주변 환경, 돈을 빌린 내용, 이전에 돈을 갚으려는 노력, 피해자와의 관계 등 여러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 차용금 용도의 차이: 돈을 빌릴 때 말했던 용도와 실제 사용한 용도가 다르더라도, 그 차이가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돈을 빌려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고 판단된다면 사기죄 성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