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주식회사 A는 피고 B 주식회사와 열처리로 기계 제작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피고 B은 피고 C 주식회사에 이 계약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과 C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잔금 일부를 수령했으나, 최종 잔금 128,700,000원은 받지 못했습니다. 원고 A는 공사가 피고 B의 책임 있는 사유로 완료되지 못했으므로 잔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B은 피고 C가 계약을 면책적으로 인수했으므로 자신은 책임이 없고, 공사 미완료는 불가항력적 사유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의 면책적 채무인수 주장을 기각하고, 공사 미완료가 피고 B의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 B과 피고 C가 연대하여 원고 A에게 미지급 잔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18년 6월 21일 피고 B 주식회사와 11억 7천만 원(부가가치세 별도) 상당의 파키스탄 T6 열처리로 기계 제작 및 납품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으로 대금을 받기로 약정했으며 이후 2018년 7월 23일 피고 B은 피고 C 주식회사에게 이 계약을 9억 4천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으로부터 계약금 386,100,000원을 피고 C로부터 중도금 643,500,000원과 잔금 중 일부인 128,700,000원을 총 1,158,300,000원 수령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잔금 128,700,000원은 받지 못했습니다.
기계 설치 및 시운전 공사가 완료되지 못한 상황에서 피고 B은 파키스탄 철수를 지시했고 원고 A는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고 A는 피고들이 잔금을 연대하여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피고들은 C사의 면책적 채무인수와 파키스탄의 IMF 구제금융, 미국의 경제제재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공사 지연을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와 피고 C 주식회사가 연대하여 원고 주식회사 A에게 미지급 물품대금 128,7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1년 10월 1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고 판결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이 주장한 면책적 채무인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계약 이행이 완료되지 못한 원인은 피고 B의 책임 있는 사유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B과 피고 C는 공동으로 원고 A에 대해 미지급 물품대금 잔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되어 원고의 청구가 모두 인용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454조 (채무인수의 요건) 이 조항은 제3자가 채무자와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하여 원래 채무자의 책임이 면제되는 '면책적 채무인수'의 경우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채권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채권자의 승낙이 없으면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에서 면책적 채무인수 약정을 했더라도 원래 채무자는 채무를 면하지 못하고 새로운 채무자와 함께 책임지는 '중첩적 채무인수'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A가 피고 C의 채무인수에 면책적으로 동의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아 피고 B의 채무가 면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538조 제1항 (채무자 위험부담주의의 예외) 이 조항은 쌍무계약(양쪽 당사자가 서로 의무를 지는 계약)에서 한쪽 당사자(채무자)의 의무 이행이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불가능해진 때에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자신의 반대급부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란 채권자의 어떤 행위나 부작위가 채무 이행을 방해하고 채권자가 이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비난받을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B이 파키스탄 현장에서 철수를 지시하는 등 원고 A의 공사 완료를 방해한 것이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피고 B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원고 A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파키스탄의 IMF 구제금융이나 경제 제재 등은 민법상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채무 인수 시 채권자 동의 확인: 계약을 다른 회사에 넘기는 경우 원래 채무자의 책임이 면제되려면 채권자(계약 상대방)가 그 인수 계약에 명확히 동의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채권자의 동의 없이 계약을 넘기면 원래 채무자는 여전히 책임을 져야 하며 새로운 채무자와 함께 연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공사 지연 및 미완료의 책임 소재 명확화: 계약 이행이 지연되거나 완료되지 못했을 때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기록하고 관련된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근거를 미리 마련해야 합니다.
불가항력 사유의 범위 인지: 파키스탄의 경제 상황 악화나 IMF 구제금융 등의 사유는 법원에서 계약 이행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불가항력'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제적 어려움이나 자재 수급 차질 등은 불가항력적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가 있으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대금 지급 및 지연 이자 조항 확인: 계약 대금 지급 단계별로 이행되는 내용을 명확히 하고 만약 대금이 약속대로 지급되지 않았을 경우 계약서에 명시된 지연 이자 조항 등을 미리 확인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