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 추락 사고로 인한 건설 노동자 손해배상 판결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약 10m 높이에서 추락하여 중상을 입은 외국인 근로자 A씨가 고용주인 B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B 주식회사가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여 A씨에게 일실수입, 향후 치료비, 개호비, 위자료를 포함하여 총 45,898,745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고는 현장 책임자와 굴삭기 조종사가 필요한 안전 조치를 게을리하여 발생했으며, 법원은 A씨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서귀포시 C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 사고를 당해 상해를 입은 건설 근로자입니다.
• 피고 (B 주식회사): C공사의 시공사로, 원고의 고용주이자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회사입니다.
• D: 피고 B 주식회사의 공사 현장 책임자로, 안전 조치 의무 위반으로 업무상과실치상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 E: 공사 현장의 굴삭기 조종사로, 안전 조치 의무 위반으로 업무상과실치상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분쟁 상황

2018년 6월 18일, 서귀포시 C공사 현장에서 약 10m 높이의 다리 위에서 보강토 블록으로 옹벽을 쌓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굴삭기 조종사 E는 굴삭기로 보강토가 실린 파렛트를 옮기고 있었고, 현장 책임자 D는 원고 A씨에게 굴삭기 옆에서 보강토가 놓일 자리를 돕는 역할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현장 책임자 D는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펜스 설치, 비계 설치 후 안전벨트 착용 지시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고, 굴삭기 조종사 E 또한 굴삭기 작업반경 내 사람 접근 통제나 파렛트의 견고성 확인 등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안전 조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작업 중 보강토가 쌓여있던 나무 파렛트가 부서지면서 보강토가 원고 A씨에게 쏟아졌고, A씨는 보강토와 함께 약 10m 아래 하천 바닥으로 추락하여 넓적다리뼈 골절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D와 E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상 죄로 각각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원고 A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휴업손해 14,089,520원, 장해급여 43,362,000원을 지급받은 후, 고용주인 피고 B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고용주인 피고 B 주식회사가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근로자 A씨의 추락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 및 그 손해배상액 산정입니다. 특히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일실수입을 국내 소득과 본국 소득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피고 B 주식회사는 원고 A씨에게 45,898,745원 및 이에 대하여 2020년 9월 5일부터 2020년 9월 28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2. 원고 A씨의 주위적 청구와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각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결론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가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 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원고 A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며 약 4천6백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고가 청구한 전체 금액 중 일부만 인정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피고 B 주식회사는 원고 A씨의 고용주로서, 공사 현장 책임자 D와 굴삭기 조종사 E의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부담합니다. 이는 피용인(직원)이 업무에 관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사용자가 배상 책임을 지는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 현장 책임자 D와 굴삭기 조종사 E는 작업 장소의 위험성(약 10m 높이)을 고려할 때 안전펜스, 비계 설치, 안전벨트 착용, 굴삭기 작업반경 내 안전거리 유지 등 필요한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피고 B 주식회사는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2. 업무상 과실치상 (형법 제268조)​: 현장 책임자 D와 굴삭기 조종사 E는 안전 조치 의무를 게을리하여 원고 A씨에게 상해를 입혔고, 이로 인해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상' 죄로 각각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는 피고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됩니다.
3. 손해배상의 범위 (민법 제750조, 제763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크게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구분됩니다.

• 일실수입: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장래에 얻지 못하게 될 수입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원고 A씨가 사고 당시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고, 공사 준공일 이후 국내 합법적 체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사 준공일까지는 국내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그 이후에는 원고의 본국(중국) 평균 소득(대법원 1998. 9. 18. 선고 98다25825 판결 참조)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했습니다.
• 향후치료비 및 개호비: 사고로 인한 상해 치료를 위해 장래에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과 개호(간병)에 필요한 비용입니다.
• 손익상계: 이미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휴업급여 및 장해급여는 원고의 전체 손해액에서 공제되어야 합니다. 이는 동일한 손해에 대해 중복 보상을 막기 위한 원칙입니다.
• 위자료: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법원은 원고의 나이, 국적, 사고 경위, 후유장해의 부위와 정도,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형사합의금 800만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3천만원을 결정했습니다.

1. 지연손해금 (민법 제379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법원이 판결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대하여,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기간(이 사건에서는 판결 선고일까지)에는 민법에 따른 연 5%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그 이후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높은 이자율을 적용합니다.

참고 사항

1. 안전 의무 확인: 공사 현장이나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는 고용주와 현장 책임자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작업 전 안전 교육, 안전 장비 착용 지시, 위험 요소 제거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2. 사고 발생 시 증거 확보: 사고 발생 즉시 병원 치료를 받고, 사고 경위와 부상 정도를 정확히 기록하며 관련 증거(사진, 목격자 진술, 현장 보고서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산업재해 보상과 민사 소송: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과 별개로, 고용주의 안전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이미 받은 산재 보상금은 민사상 손해배상액 산정 시 공제될 수 있습니다.
4. 외국인 근로자의 일실수입: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하더라도 사고 당시 실제 국내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예상되는 국내 체류 가능 기간까지는 국내 소득을 기준으로, 이후에는 본국 소득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사고로 인해 벌지 못하게 된 돈)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5. 과실상계: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에 일부 과실이 있다고 주장될 수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처럼 고용주의 안전 의무 위반이 명백하고 피해자가 지시를 따른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6. 위자료 산정: 손해배상액 중 위자료는 피해자의 나이, 국적, 상해 정도, 후유장해 유무, 사고 경위, 이미 받은 합의금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