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보증금 미반환과 이사 지연 손해배상 사건

임차인 E씨는 임대인 A씨와 보증금 1억 5,000만 원의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만료 전 E씨는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으나, A씨가 제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E씨는 이사를 가지 못하고 추가 이사 비용과 새로운 집 계약금 몰취 등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A씨는 보증금 중 1,000만 원만 반환하고 1억 4,000만 원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A씨가 E씨로부터 주택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남은 보증금 1억 4,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사 비용 등 특별 손해 464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 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E씨가 주택 반환 의무를 계속 이행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전세자금대출 이자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E: 임차인으로, 빌라 401호를 임차한 후 임대차보증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 피고 A: 임대인으로, E씨에게 빌라 401호를 임대해주었으나 보증금 반환을 지연하여 소송을 당했습니다.
• C: 피고 A씨를 대리하여 임대차 계약 체결 및 소통을 담당했습니다.
• D: 이 사건 주택의 관리인으로, 원고 E씨와 임대차 관련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 E씨는 피고 A씨의 빌라를 보증금 1억 5,000만 원에 임차했으며, 계약 만료 약 3개월 전인 2019년 10월 23일 관리인을 통해 계약 갱신 거절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A씨는 임대차 계약 기간 만료일인 2020년 1월 25일이 지나도록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E씨는 새로 이사할 집의 잔금을 치르지 못해 이삿짐을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사비용, 입주청소비, 새 집 계약금 200만 원을 몰취당하는 손해를 입었습니다. 피고 A씨는 2020년 2월 18일 보증금 중 1,000만 원을 반환했지만, 나머지 1억 4,000만 원은 돌려주지 않았고, 원고 E씨 또한 현재까지 주택을 반환하지 않은 채 2020년 1월 26일 이후 관리비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E씨는 A씨 측에서 보증금 반환 지연으로 인해 '나갈 때까지 관리비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관리비 미납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의 공시송달로 인한 추완항소의 적법성 여부.
2. 임대차 계약 종료에 따른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 발생 여부.
3.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주택 반환 의무의 동시이행 관계.
4.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지연으로 인한 임차인의 이사비용 등 재산상 손해배상 인정 여부.
5. 임대인이 관리비 면제를 약속한 범위 및 그 효력 발생 시점.
6.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 이자 상당액 손해배상 청구 인정 여부.
7. 제1심 판결에서의 위자료 금액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증액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일부를 인정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합니다.

1. 피고는 원고로부터 <주소> 지상 빌라 401호를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1억 4,000만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2. 피고는 원고에게 7,640,000원과 그중 4,640,000원에 대하여 2020년 10월 8일부터 2021년 6월 25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3. 원고의 나머지 청구(전세자금대출 이자 및 위자료 증액 등)는 기각합니다.
4. 소송 총비용 중 3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의무를 지체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임차인의 주택 반환 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임차인이 계속해서 주택 인도의 이행 제공을 하고 있지 않다면, 임대인도 보증금 반환을 지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지연으로 인해 임차인이 직접적으로 입은 이사비용, 입주청소비, 계약금 몰취 등의 손해는 특별 손해로 인정하여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자력이 부족하여 임차인이 어쩔 수 없이 주택에 계속 거주하게 된 경우, 관리비 면제 약정은 임차인이 실제로 주택을 반환할 때까지 유효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임대인은 남은 보증금과 특별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임차인의 대출 이자 등 추가적인 간접 손해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됩니다.

1. 민사소송법 제173조 (소송행위의 추후보완)​

   • 이 조항은 당사자가 본인의 잘못 없이 소송 기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 사유가 사라진 날부터 2주 이내에 놓친 소송 행위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입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 A씨는 소송 서류가 '공시송달' 방식으로 전달되어 소송 진행과 제1심 판결 선고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피고가 이를 알게 된 후 2주 이내에 항소장을 제출했으므로, 법원은 피고의 추완항소를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본인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해 소송 기회를 잃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입니다.

2. 민법 제536조 (동시이행의 항변권)​

   • 이 조항은 쌍무계약(서로 의무를 지는 계약)에서 한쪽 당사자가 자신의 의무 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상대방의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임차 목적물 반환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 즉, 임대인은 임차인이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고, 임차인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 본 판례에서 원고 E씨는 이사 나갈 준비를 했으나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해 다시 주택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 현재까지 피고 A씨에게 주택을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택 인도의 이행 제공을 계속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의 동시이행 항변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보았고, 따라서 피고가 보증금 반환 의무를 계속 지체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및 제393조 (손해배상의 범위)​

   • 제390조는 계약 당사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상대방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본인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배상 책임이 없습니다.
   • 제393조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규정합니다. ①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손해(통상 손해)는 모두 배상해야 하지만,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특별 손해)는 채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임대인 A씨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 E씨가 이사비용, 입주청소비, 새로운 집 계약금 몰취 등 464만 원의 손해를 입을 것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아, 이를 특별 손해로 인정하고 A씨에게 배상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E씨가 주택 반환 의무를 계속 이행하지 않아 동시이행 항변권이 소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전세자금대출 이자 상당액을 피고의 보증금반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해당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4.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법정이율)​

   • 이 법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의 지연 이자율을 정하는 특별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소송에서 금전 지급을 명할 때, 채무자가 채무 존재를 다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기간 동안은 민법상 법정이율(연 5%)을 적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연 12%의 높은 이율을 적용합니다.
   • 본 판례에서는 특별 손해 464만 원에 대해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을 최고한 기간의 종기 다음 날인 2020년 10월 8일부터 2021년 6월 25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5. 민사소송법 제420조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

   • 이 원칙은 항소심에서 항소인이 항소한 부분에 대해 제1심 판결보다 항소인에게 더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규정입니다. 즉, 항소심은 항소인에게 불이익하게 제1심 판결 내용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 이 사건에서 원고 E씨는 제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가 적다고 주장했으나, 피고 A씨만이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므로, 법원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제1심 판결에서 인용된 위자료 액수를 초과하여 지급을 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임대차 계약 종료 의사 명확화: 계약 갱신 거절 의사는 임대차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예: 계약 만료 최소 2개월 전) 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명시된 기간(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내에 임대인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내용증명, 문자 메시지, 녹취 등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동시이행 원칙 이해: 임차인의 주택 반환 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더라도 임차인이 주택 인도의 이행 제공(예: 이사 완료 및 열쇠 반환 준비)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지체했다고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3. 이행 제공의 중요성: 임차인이 주택을 비우고 이사를 나갈 준비를 마쳤음을 임대인에게 명확히 알리고, 언제든지 주택을 인도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사를 나갔다가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해 다시 주택으로 돌아왔다면, 그 이후에도 주택을 반환할 의사가 있음을 계속해서 표명해야 합니다.
4. 손해배상 청구 자료 확보: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해 발생한 이사 비용, 입주청소비, 새로운 계약금 몰취액 등 직접적인 손해에 대한 증빙 자료(영수증, 계약서 등)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이러한 손해는 임대인이 예상할 수 있었던 특별 손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5. 관리비 면제 약정의 명확화: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지연으로 인해 관리비 면제를 제안하는 경우, 그 면제 기간과 조건(예: '주택을 실제로 인도할 때까지' 등)을 서면이나 문자 메시지 등 명확한 형태로 합의하고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이는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관리비 청구 분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6. 간접 손해 청구의 한계: 주택을 계속 점유하며 발생하는 대출 이자 등은 임차인이 주택 인도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배상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통상적인 손해의 범위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