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술자리에서 만난 피해자 D가 만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간음했다는 혐의(준강간)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여러 부분에서 일관되지 않고,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음주량, 행동, 지인과의 메시지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일시적 기억상실인 '블랙아웃' 증상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와 피해자 D는 2019년 8월 15일 술자리에서 만나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새벽까지 여러 술집을 옮겨가며 마시던 중, I의 빌라로 이동하여 추가로 술을 마셨습니다. 빌라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소주 1병을 나누어 마셨고, I은 먼저 잠이 들었습니다. 이 시점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고, 이후 피해자는 I과도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2019년 8월 23일, 피해자는 I을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으며, I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 A가 자신도 피해자와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진술을 알게 된 이후인 2020년 6월 22일 피고인 A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하면서, 피고인이 자신이 만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임을 이용하여 간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성관계 당시 피해자가 만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A는 무죄입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만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여러 부분에서 일관되지 않고, 사건 당시 피해자의 행동 및 지인과의 대화 내용 등을 종합할 때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평소에도 술에 취하면 기억을 잃는 '블랙아웃' 증상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법원은 '항거불능의 상태'를 심신상실 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또한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참조)의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즉, 검찰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당시 음주량,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형법에서 정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술자리 등에서 성관계를 가질 때에는 상대방의 명확한 동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만취했거나 의사 표현이 불분명한 상태라면 성관계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형법상 '항거불능' 상태는 단순히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 것(블랙아웃)을 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만약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 발생 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진술의 신빙성 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건 전후의 메시지, 통화 기록 등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나, 본 판례처럼 대화 내용이 사건 직후의 감정과 모순될 경우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