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 A는 공장 건축을 위해 피고 B(토목설계사)와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1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토지가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못해 공장 건축이 무산되자 피고에게 이미 반환된 3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용역비 1,800만 원의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측이 공장 건축 허가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기망하여 계약을 체결했거나, 계약상 약정에 따라 용역비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기망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계약서상의 약정 조항과 민법상 '조건 성취의 방해' 법리를 근거로 피고가 원고에게 1,800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공장 건축을 목적으로 농지 매입을 검토하던 중 토목설계사인 피고 측과 기술용역 계약을 맺고 용역비 2,1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토지에 대한 사업계획 승인 신청 결과 전주시에서 농지 보전 필요성을 이유로 농지전용에 부동의한다는 의견을 회신하여 공장 건축이 무산되었습니다. 피고 측의 권유로 원고는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철회했고, 이후 피고 측으로부터 용역비 중 300만 원만 반환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나머지 1,8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피고는 기망 사실이 없고 원고가 자진 철회했으므로 계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300만 원으로 정산이 완료되었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피고 측이 공장 건축 허가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원고를 기망하여 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와 기술용역계약서에 명시된 '사업계획 반려 또는 취소 시 용역비 반환' 약정 조항의 적용 여부 및 그 해석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8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측이 원고를 기망하여 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고, 계약서 일반조건 제12조의 '관계기관에서 사업계획이 반려 또는 취소된 경우' 용역대금을 반환하기로 한 약정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전주시에서 농지 보전 필요성을 이유로 농지전용에 부동의하여 사업계획 승인이 불가능해진 상황을 위 약정 조항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했으며, 피고 측이 주무관청의 불가 의견 회신 후 원고에게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철회하도록 권유한 것은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 성취의 방해'에 해당하므로, 용역비 반환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민법 제150조 제1항 (조건성취의 방해)이 중요한 법리로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 측이 주무관청으로부터 농지전용 허가가 종국적으로 불가하다는 의견을 받고도, 원고에게 마치 미비된 요건을 보완하면 다시 허가가 가능할 것처럼 설명하고 신청을 자진 철회하지 않으면 재신청 시에도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말하여 원고 스스로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철회하게 만든 행위를 신의성실에 위반되는 행위로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용역비 반환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의제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또한 계약의 해석 원칙에 따라 '사업계획이 반려 또는 취소된 경우'라는 계약 조항을 단순히 형식적인 불허처분뿐 아니라 주무관청의 불가 의견 회신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인허가가 불가능해진 모든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했습니다. 이는 당사자들이 공장 건축을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점 등 계약의 본질적인 목적을 고려한 판단입니다.
계약 시 인허가 등 행정 절차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인허가 불발 시 용역비 반환 또는 계약 해지 등 관련 사항을 계약서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행정기관의 인허가 불가 의견은 비록 형식적인 불허처분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인허가 불가능을 의미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 조건의 성취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한다면,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법적으로는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 예를 들어 사업계획 승인 신청 철회 등을 할 때는 그 결정이 계약상 자신의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상대방의 권유가 자신의 이익에 반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