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피고가 원고에게 2002년 총 4천만 원을 빌린 후, 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변제하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원고가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자 피고는 강박과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확약서가 새로운 약정금 채무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아 원고에게 4천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02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피고 B에게 총 4천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피고 B는 당시 각각의 차용증을 작성해 주었고, 이후 2017년 7월 31일에는 원고에게 '2017년 12월 30일까지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추가로 작성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는 차용증 작성이 강박에 의한 것이었으며 대여금 채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가 차용증을 강박에 의해 작성했는지 여부, 대여금 채권이 소멸시효(10년)가 완성되어 사라졌는지 여부, 그리고 소멸시효 완성 후에 작성된 '확약서'를 새로운 약정금 채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제1심 판결을 변경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4천만 원 및 이에 대해 2017년 12월 31일부터 2019년 1월 18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총비용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비록 대여금 채권 자체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해 법적으로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 채무를 인정하고 변제를 약속하는 확약서를 작성했다면, 이는 새로운 약정금 채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인정되어 채무자가 약정된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162조 제1항 (채권의 소멸시효):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대여금 채권이 민법상 일반 채권에 해당하여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이미 소송 제기 전에 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처분문서의 증명력: 차용증이나 확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그 내용대로의 의사표시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문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주장을 하려면 명확하고 수긍할 만한 반증이 있어야 하며, 그 입증 책임은 다른 주장을 하는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065 판결 참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강압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의사표시는 무효가 될 수 있으나, 단순히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작성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강박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 승인 및 시효이익의 포기: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채무자가 채무를 인정하는 것은 '시효이익의 포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채무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가 명확하게 표시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확약서를 작성했지만 이것만으로 시효이익의 포기까지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32458 판결 참조)
새로운 약정금 채무의 발생: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기존 채무가 사라졌더라도,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채무를 인정하고 변제를 약속하는 내용의 확약서 등을 작성했다면, 이는 기존 채무와는 별개로 새로운 '약정금 채무'를 발생시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작성한 확약서를 통해 원고에게 4천만 원의 새로운 약정금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돈을 빌려주거나 빌릴 때는 차용증 등 채무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명확히 작성해야 합니다. 차용증 내용에 문제가 있거나 강압적인 상황에서 작성했다면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채무의 소멸시효는 채권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며(민사 채권은 10년, 상사 채권은 5년 등), 시효 기간이 지나면 채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도 채무자가 채무가 있음을 인정하거나 변제를 약속하는 내용의 확약서 등을 작성하면, 새로운 채무 관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 채무자는 시효 완성으로 인한 법적 이익을 포기하거나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돈을 갚지 않아 소송이 진행될 경우, 변제기일 다음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이율(연 5%)이 적용되고, 판결 선고 다음날부터 실제 돈을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높은 이율(연 15%)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