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원고 A는 법인 설립을 위한 가장 주금 납입금 명목으로 피고 C 명의 계좌에 3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그러나 이 돈은 신원불상의 'H실장'이라는 자가 피고 C로부터 건네받은 금융 접근매체(통장, OTP카드 등)를 이용해 모두 인출되었습니다. 원고 A는 이 사기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관련된 피고 B, C, D, E, F에게 연대 책임을 물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C가 H실장에게 금융 접근매체를 넘겨준 행위가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과실에 의한 방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 A의 손해 중 50%인 1억 4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나머지 피고 B, D, E, F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2014년 2월경, 피고 F의 법무사 사무실 사무장인 피고 B은 신원불상의 H실장 측으로부터 법인 설립 관련 연락을 받고 피고 C를 만났습니다. 피고 C는 보험회사 설립을 위한 가장 주금 3억 원을 빌려줄 것을 피고 B에게 요청했습니다. 피고 B은 피고 D에게, 피고 D은 다시 원고 A에게 3억 원 대여를 문의했고 원고 A가 이를 승낙했습니다. 2014년 3월 4일, 피고 C는 피고 B과 함께 G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인터넷 뱅킹과 OTP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같은 날 피고 C는 H실장에게 개설한 G은행 계좌의 통장,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신분증, OTP카드 등 모든 금융 접근매체를 교부했습니다. 다음 날인 2014년 3월 5일, 원고 A는 피고 C 명의의 G은행 계좌로 3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후 2014년 3월 6일, H실장은 피고 C 명의의 G은행 계좌에서 다른 여러 은행 계좌로 3억 원을 이체한 후 전액 현금으로 인출했습니다. 결국 원고 A는 빌려준 3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관련된 피고들 모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법인 설립을 위한 가장 주금 납입 과정에서 발생한 3억 원의 사기 피해에 대해 누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가, 특히 자신 명의의 계좌와 접근매체를 신원불상의 타인에게 넘겨준 피고 C의 과실 방조가 인정되는지, 그리고 나머지 관련자들(피고 B, D, E, F)에게도 사기 방조 또는 사용자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C가 원고 A에게 1억 4천만 원 및 이에 대한 2014년 3월 6일부터 2019년 8월 14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의 피고 C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B, D, E, F에 대한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 중 원고 A와 피고 C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각각 1/2씩 부담하고, 원고 A와 피고 B, D, E, F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 A가 모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C가 신원불상의 H실장에게 자신 명의의 금융 접근매체를 넘겨준 행위가 H실장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과실 방조'에 해당한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 A 또한 상법에서 금지하는 가장 주금 납입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 돈을 송금하고 상대방 신원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 C의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나머지 피고 B, D, E, F에게는 사기 방조 또는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