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알바에 속아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사기 사건

피고인 A는 '고액 알바' 구직 광고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여 현금 수거 및 송금책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피해자 I에게 접근하여 기존 대출금 상환을 명목으로 900만 원을 요구했으며, 피고인은 이 돈을 직접 받아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무통장 입금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피고인은 2020년 6월 23일부터 7월 9일까지 총 13회에 걸쳐 합계 2억 205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또한 2020년 7월 13일에는 피해자 L로부터 1,130만 원을 받으려 했으나 피해자의 신고로 잠복 중이던 경찰관에게 현장에서 체포되어 미수에 그쳤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고액 알바'라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 및 송금책 역할을 담당한 자
• 피해자들 (I, P, C, Q, D, B, R, S, T, U 등):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돈을 송금하거나 전달한 다수의 사람들
• 배상신청인들 (B, C, D, E): 피해자 중 법원에 직접 손해배상 명령을 신청한 사람들
•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 (일명 'H 대리'): 피고인에게 지시를 내리고 피해자들을 속인 보이스피싱 총책 및 유인책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인터넷 구인 광고를 통해 '고액 알바'를 제안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 및 송금책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조직은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에게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고, 피고인은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직접 받아 이를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의 돈을 편취했고, 마지막 범행 시도 중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은 피고인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배상명령을 신청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즉 '편취의 범의'(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다른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직접 범죄를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그 행위가 보이스피싱과 관련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피고인 A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이 신청한 배상명령은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액 알바'를 찾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채용 절차, 비정상적인 업무 지시 (텔레그램 사용, 송금 직후 계좌 정보 삭제,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 계좌로의 송금), 업무 난이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보수 지급, 가족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추가 확인 없이 업무 지속, 피해자들에게 허위 서류를 제시하며 자신이 금융기관 직원으로 오인될 수 있음을 인지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부일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고 본 것입니다. 양형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직접 얻은 이익이 피해액 규모에 비해 크지 않으며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을 유리하게 보았습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고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피해액이 2억 원을 넘어 상당함에도 피해 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불리하게 보아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배상신청이 각하된 것은 피고인의 범행 가담 경위와 정도, 사기 피해 발생 경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률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 사람을 속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 A는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사실이 인정되어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 형법 제352조 (사기미수)​: 사기죄를 저지르려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처벌합니다. 피고인 A는 마지막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으려다 경찰에 체포되어 미수에 그쳤으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보이스피싱과 같이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누어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각 가담자는 이 조항에 따라 공동정범으로서 모든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법원에서는 전체 모의 과정이 없었더라도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있으면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았으며, 직접 증거가 없어도 정황과 경험칙에 따라 이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 형법 제37조 (경합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여러 개의 죄를 저지른 경우, 이들 죄를 한꺼번에 처벌할 때 형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 사기죄의 '편취의 범의'와 '미필적 고의':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여 재물을 가로챈다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인이 이를 자백하지 않더라도, 범행 전후의 재정 상태, 환경, 범죄 내용, 거래 과정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범죄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도 그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여 현금을 수거 및 송금하는 행위가 범죄와 관련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및 제25조 제3항 제3호 (배상명령 각하)​: 피해자가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을 형사 재판 과정에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고의의 공동 불법 행위라 할지라도, 피고인의 범행 가담 경위와 정도, 사기 피해 발생 경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과실상계 등 책임 제한의 여지가 있다면 법원은 배상신청을 각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복잡한 민사적 다툼을 해결하기에 형사재판의 배상명령 절차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결정입니다.

참고 사항

만약 '고액 알바' 제안을 받았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 채용 절차가 비정상적인 경우: 면접이나 정식 계약 없이 신분증 사본 등 최소한의 정보만 요구하거나 대면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채용은 의심해야 합니다.
• 업무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수상한 경우: 큰 돈을 직접 수거하거나 이체하는 단순한 업무임에도 과도한 보수를 제시하거나, 특정 암호화된 메시지 앱 사용을 강요하며 계좌 정보 등을 수시로 삭제하는 행위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지시하는 계좌가 개인 명의이거나 회사와 무관한 경우: 돈을 송금하라는 계좌가 회사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이거나 불분명한 단체 명의일 경우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합니다.
• 가족이나 주변에서 의심하는 경우: 주변에서 하는 일에 대해 의심을 표하면 반드시 추가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 합법적인 일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스스로 의심스러운 정황을 인지했다면 즉시 그 일을 중단하고 경찰이나 금융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과거 유사한 범죄에 연루된 경험이 있다면: 과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으로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보이스피싱 범죄의 유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타인의 지시를 받아 현금을 수거하거나 송금하는 일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직접 가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사기죄 또는 사기미수죄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 가담자라고 하더라도 거액의 피해에 대해 형사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