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 압류/처분/집행
이 사건은 자동화 설비 제어 프로그램 공급 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조건인 '입고/설치'의 의미와 이행 여부, 그리고 계약 해지에 따른 계약금 반환 의무에 대한 분쟁입니다. 원고는 시험용 라인에 제어 프로그램 입고 및 설치를 완료하여 중도금 지급 기한이 도래했다고 주장하며 미지급된 중도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최종 공장에 설치되어야 중도금 지급 기한이 도래한다고 반박하며 원고의 의무 불이행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반환해달라는 반소 청구를 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중도금 지급 청구를 인용하고 피고의 계약금 반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D는 주식회사 E에 화장품 생산 라인 설치를 도급했고, E는 피고에게 일부 용역을 하도급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중 'TP 충전 파일럿 라인 제어' 부분을 4억 9천만 원(부가세 별도)에 재하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금 1억 6천1백7십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원고는 설계 및 제어 프로그램 개발 작업을 수행하고 2019년 12월 31일 이전까지 D 계열사 평택 공장에 프로그램을 입고, 설치하여 1차 중도금 1억 6천1백7십만 원의 이행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며 중도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입고/설치'가 최종 설치될 청주 공장에 완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도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나아가 피고는 원고가 일방적으로 용역 대금 증액을 요구하며 의무 이행을 중단하여 계약을 해제했다고 주장하며 이미 지급한 계약금 1억 6천1백7십만 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공급 계약에서 1차 중도금 지급 조건인 '입고/설치'의 의미는 무엇인지, 원고가 평택 공장에 제어 프로그램을 입고, 설치한 것이 위 조건의 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계약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가 적법한지, 이에 따라 원고가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을 피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반소원고)가 원고(반소피고)에게 161,7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계약금 반환)는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모두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공급계약의 내용, 제품 납품 및 설치 완료 기한, 견적서, 증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가 평택 공장에 제어 프로그램을 입고, 설치한 것으로 1차 중도금 이행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1차 중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게는 계약 이행을 거절할 항변권이 발생했고, 피고 또는 E가 당초 예정보다 많은 수정 및 변경 작업을 요구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원고가 계약 대금 증액을 요구한 것을 계약 이행 거절로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계약 해제 주장은 이유 없으며, 이에 따른 계약금 반환 청구도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계약 해석의 원칙과 채무 불이행 시 발생하는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계약 해석: 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된 용어가 불분명할 경우, 계약의 전체적인 취지, 당사자들의 의도, 각 단계별 작업의 비중, 그리고 계약 전후의 견적서, 스케줄표, 증언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용어의 진정한 의미를 해석해야 합니다. 특히 중도금 지급 조건과 같이 중요한 내용은 단순히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업무 진행 과정과 당사자들의 합리적인 기대를 반영하여 판단합니다.
동시이행항변권 및 채무 불이행: 한쪽 당사자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은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동시이행항변권)를 가집니다. 피고가 1차 중도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계약 이행을 거절할 정당한 권리가 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가 원고의 의무 이행 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정당한 채무 불이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지연손해금: 상거래에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금은 상법에 따라 연 6%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이율이 적용되어 계산됩니다.
계약서 작성 시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 조건이 되는 작업 완료 시점이나 장소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시험 가동, 부분 설치, 최종 설치 등 단계별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 각 단계의 정의와 해당 단계 완료 시 지급될 대금에 대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또한, 작업 변경이나 추가 요청이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대금 증액 여부 및 절차를 사전에 합의하고 서면으로 기록하여 추후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한쪽 당사자가 계약상의 의무(예: 대금 지급)를 이행하지 않아 다른 당사자가 의무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발생했다면, 이는 채무 불이행으로 보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계약 해제를 주장하려는 당사자는 자신의 의무 이행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_%EC%9D%B4%EC%B0%BD%EA%B7%9C_%EC%9E%90%EC%BC%93.jpg&w=256&q=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