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건축내장재 판매업자가 건축 설비 회사에 건축내장재를 공급하였으나 일부 대금을 받지 못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회사는 현장 소장이 자재를 유용한 것이라며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일부 채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현장 소장이 회사의 이름으로 거래해왔고 회사가 이를 용인했으므로 회사가 물품대금 지급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일부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 금액 중 일부만 인정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C 주식회사의 D회사 남양연구소 현장에 2014년 6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건축내장재를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E이라는 현장 소장이 운영하는 F 주식회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었고, E이 하청업체들로부터 자재를 납품받아 공사하는 방식이었는데, 피고는 E이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자재대금을 피고에게 전가하거나 물품을 유용했을 수 있다며 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2015년 11월 12일 공급된 물품을 제외하고는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피고 회사 소속 현장 소장의 물품 발주 행위에 대해 피고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와 물품대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피고 C 주식회사가 원고 A에게 미지급 물품대금 23,276,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재판부는 E이 피고의 현장소장 직함을 사용하여 거래하는 것을 피고가 오랫동안 용인해왔으므로, E이 피고의 직원 자격으로 발주한 거래에 대해 피고는 거래 당사자와 동일한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E이 물품을 횡령했더라도 피고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물품대금 채권의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2014년도 물품대금 채권은 채무 승인 사실이 불분명하여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았고, 2015년 5월 29일자 물품대금 채권은 원고의 최고(지급 독촉)로 인해 소멸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인정하여 최종적으로 2015년 5월 29일 및 2015년 11월 12일자 물품대금 합계 23,276,000원에 대해서만 피고의 지급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의 표현대리나 대리권 남용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E이 피고의 현장소장 직함을 사용하고 피고가 이를 용인해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E의 발주에 대해 피고가 거래 당사자와 동일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민법 제125조) 또는 권한 외의 표현대리(민법 제126조)와 같은 법리에 따라 거래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는 취지입니다. 또한 물품대금 채권의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상법 제64조 및 민법 제163조 제6호에 따라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의 경우 각 개별 거래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며, 채무 승인으로 시효를 중단시키려면 해당 채무의 존재를 명확히 확인하는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지급을 독촉하는 '최고'를 한 후 6개월 내에 재판상 청구 등의 조치를 취하면 시효 중단 효력이 발생합니다(민법 제174조).
회사의 현장 책임자 등과 거래할 때는 해당 책임자의 대리권 범위와 회사의 공식적인 용인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직함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모든 행위가 회사에 귀속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이 사건처럼 회사가 오랫동안 그 행위를 용인해 온 경우에는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물품대금 채권은 3년의 비교적 짧은 소멸시효를 가지므로, 대금 청구를 미루지 않고 정해진 시효 내에 지급 독촉(최고)을 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시효 중단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계속적인 거래 관계에서 부분적으로 대금을 변제받더라도, 이것이 어떤 채무에 대한 승인인지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다른 미변제 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 효과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