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위암 1기 진단을 받은 망인이 피고 병원에서 위 절제 수술을 받은 후 퇴원했으나 복부 통증 등으로 응급실에 두 차례 내원했고, 두 번째 내원 시 복막염 진단을 받고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 폐렴이 악화되어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은 의료진이 첫 수술 과정에서 S상 결장에 손상을 입혔거나, 응급실 내원 시 복막염 진단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은 2015년 10월 위암 의증 진단을 받고, 같은 해 12월 9일 K병원에 입원하여 피고 G으로부터 전복강경하 근치적 위하부 절제술(1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특별한 이상 없이 식사를 시작하고 12월 17일 퇴원했습니다. 그러나 퇴원 다음 날인 12월 18일 저녁, 망인은 복부 통증과 배뇨, 배변 장애를 호소하며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당시 망인은 약한 복부 통증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고, X선 촬영 결과도 정상이었으며, 활력 징후도 안정적이었습니다. 의료진은 단순 도뇨 및 관장 조치를 하고 보호자에게 추가 검사를 설명했으나 보호자는 이를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증상이 호전된 후 의료진은 감염 진행 및 증상 악화 가능성을 안내하고 약을 복용한 뒤 증상 지속 또는 악화 시 재내원하도록 안내하며 퇴실 조치했습니다. 같은 날 늦은 밤인 12월 19일 오전 7시 58분경, 망인은 다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통증, 열, 호흡곤란을 호소했습니다. 의료진은 즉시 복부 및 골반 CT 검사를 실시했고, 복막염 소견이 나타나자 같은 날 오전 11시 10분경 응급 복강세척 및 결장루 수술(2차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2차 수술 당시 망인의 S상 결장 하행부 앞쪽에서 약 3cm의 천공이 발견되었고 복강 내부는 대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망인은 2016년 1월 재활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으나, 2월 1일 발생한 폐렴이 악화되어 2월 17일 다시 피고 병원으로 전원 되었고, 결국 2016년 3월 1일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자녀들은 피고 G의 1차 수술 과실 및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응급실 진단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G이 1차 위 절제 수술 당시 망인의 S상 결장에 천공이나 손상을 발생시킨 의료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망인이 1차 수술 후 퇴원한 다음 날 응급실에 내원했을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이 복막염이나 장기 천공 가능성을 진단하지 못한 진단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위 과실들이 망인의 복막염 발생 및 최종 사망의 원인이 되는 인과관계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1차 수술은 별다른 이상 없이 종료되었고, 망인은 퇴원 시까지 S상 결장 천공이나 복막염 징후를 보이지 않았으며, 검사 결과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습니다. 둘째, 1차 수술 부위와 S상 결장의 해부학적 위치가 떨어져 있어 투관침 등으로 S상 결장이 손상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만약 천공이 있었다면 수술 후 1~5일 내에 복막염 증상이 나타났어야 하지만 망인에게는 그러한 증상이 없었습니다. 셋째, 망인이 응급실에 처음 내원했을 당시 활력 징후가 안정적이었고, 복부 X선 촬영 결과에서도 복막염이나 장기 천공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었으며, 환자 또한 심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습니다. 넷째, 의료진이 망인의 보호자에게 추가 검사를 안내했으나 보호자가 거부했으며, 당시 망인의 증상이 호전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진이 복부, 골반 CT 검사를 하지 않아 복막염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의 과실이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및 그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실천되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2. 진단상의 주의의무 진단은 질병을 감별하고 그 종류와 진행 정도를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시작점이며 치료법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의사는 진단 과정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 의학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신중하고 정확하게 진찰하고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측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3. 의료과실 추정 및 입증책임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일반인이 의사의 과실 여부나 과실과 손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수술 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의료상의 과실 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적인 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상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과실 추정에는 엄격한 개연성이 요구됨을 강조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은 1차 수술 과실 및 응급실 진단 과실을 주장하며 망인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과실 및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민법 제750조, 제756조)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실)이 인정되고, 그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으며,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될 경우, 환자는 의료진(불법행위자) 및 병원 운영 주체(사용자)에게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및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손해배상 책임도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5. 부당이득 반환 (민법 제741조) 원고들은 일부 치료비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도 청구했으나,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수술 후에는 의료진이 안내하는 퇴원 후 주의사항을 철저히 숙지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둘째, 퇴원 후 복통, 발열, 구토, 복부 팽만, 배뇨/배변 장애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셋째, 응급실 방문 시 본인 또는 환자의 상태를 의료진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의료진이 추가 검사를 권유할 경우 그 필요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넷째,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한 기록을 상세히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나중에 의료 과실 여부를 다툴 때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의료 과실은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법적으로 다투기 위해서는 의료 기록, 전문가의 감정 의견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